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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칼럼] ‘김영란 법’으로 본 권력자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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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15 21:47:17 수정 : 2015-03-15 21: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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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끼워넣고 불리한 규정 뺀 국회
‘나에겐 관대 남에겐 엄격’ 속성 여실히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 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오랫동안 진통이 있었던 사안인지라 통과 자체에 의미가 있기는 하나 그 내용이 정말 합당한 것인가 의문스럽다. 그 대상이 공무원뿐만 아니라 언론사와 사립 교원까지 과잉 확대된 점. 공직자 자녀를 특채하거나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사익을 얻는 행위를 방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쟁점이다. 그런데 부정청탁규정 적용 대상에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 공직자나 시민단체 등의 ‘제3자의 고충 민원 전달’은 제외됐다. 국회의원들이 입법과정에서 자신들이 적용받을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가 입법화된 예는 여러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한국 김영란 법에 대해 동의를 표했다. 시 주석은 취임 이래 공직 윤리규정 등의 당정 규정과 ‘사풍’(관료주의, 형식주의, 향락주의, 사치풍조) 척결 등의 정치 구호를 내걸고 반부패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는 이미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이 있다. 또한 미국 각 주의 법률은 공직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로비스트, 컨설턴트 등이 공직자를 만났다면 그 일시와 사유를 기록해야 하는 원칙까지도 만들어져 있다. 독일도 공무원이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하고 부정청탁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서도 공직자가 금품을 받고 편의를 봐 주면 처벌을 받게 돼 있다. 특히 사기업이나 민간분야 종사자보다 공무원일 때 더 크게 처벌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 공직자로 선출 또는 지명된 자, 공무 수행 민간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여론에 밀려 입법하면서 국회의원들은 그 적용 예외조항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한 것이다. 사익을 얻으려는 행위를 방지하려는 노력은 이 법안을 통과시킨 주체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원안보다 그 대상이 확대된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의문이 더욱 강하게 든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 흔히 우리는 자기 조직의 목표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소속감을 넘어 때로는 지나친 옹호와 정당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미국의 리치몬드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실험이다. 권력을 지닌 사람과 권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100개의 조직을 선정해 지원금을 준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자신이 속한 조직이 이 자금을 받는 것에 대해서 평가하게 했다. 자기 조직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몇 번째 순위로 받아야 할지를 물은 것이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다른 조직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목표가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으며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순위를 우선적으로 높게 기재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이 다른 조직보다는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소위 ‘보통보다 중요한 효과’(more-important-than-average effect)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기적이다. ‘내’가,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더 옳고 중요하다는 자기중심적 성향이다. 그런데 이 효과는 권위 있고 리더인 참여자들에게서 훨씬 더 강력하게 나타났다. 심지어 자기 조직의 목표를 위해서는 편법적인 행위까지 했다. 잘못된 행위인지 분별조차 못하고 무리하게 정당화하려 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기가 더 중요하고 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싶은 우리의 본성이 권력을 더욱 옹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더 중요하고 더 특별하다는 이기주의가 성행하는 한 결코 형평성은 보장되지 못할 것이며, 그 어떤 법도 제대로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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