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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범죄자 넘쳐나는 美, 법 집행은 공정한가

입력 : 2015-03-14 01:05:52 수정 : 2015-03-14 01: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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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代 흑인남 10만명당 7000명 수감
미국 평균의 10배 육박… 갈수록 증가세
윌리엄 스턴츠 지음/김한균 옮김/W미디어/2만9000원
미국 형사사법의 위기/윌리엄 스턴츠 지음/김한균 옮김/W미디어/2만9000원


미국은 민주주의 모범 국가로 거론된다. 특히 20세기 말 미국 수정헌법은 민주국가 형사법 준거로 자주 인용된다. 그만큼 공정하다는 것이다.

프랑스 인권선언에는 없으나 미국 수정헌법에는 명시된 게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 권한 제한, 피의자가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강요받는 자기부죄(自己負罪) 금지 등이다. 이것들은 현대 민주국가 헌법에 공통된 사항이다.현실은 어떤가. 미국 교도소는 수감자로 넘쳐난다. 범죄는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늘고 있다. 수감자들 중 흑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 성인 인구 10만명당 수감자는 750여명으로 전 세계 평균(145명)의 5배 수준이다. 특히 20∼30대 흑인 남성의 경우 10만명당 7000명이나 구금돼 있다. 미국 평균의 10배에 육박한다.

윌리엄 스턴츠(1958∼2011) 미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작고하기 전 집필한 유작인 ‘미국 형사사법의 위기(원제: The Collapse of American Criminal Justice)에서 미국의 이런 현실을 개탄한다. 그는 형벌이 과도하게 집행된다고 비판한다. 백인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와 법원의 복잡한 절차 탓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형사정책 실패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즉 흑인이다. 스턴츠 교수는 “흑인들이 제도와 정책에 영향을 미칠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범죄자에 대한 형벌로 범죄를 막지도 못하면서 사회적 차별만 심화시키면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통렬히 비판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형사사법제도는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스턴츠 교수는 “흑인 남성들에게 집 근처 구금시설에서 얼마 동안 갇혀 있는 일이 보통의 인생 경험처럼 돼버렸다. 놀랄 일이지만 사실이다. 누구나 겪는 인생 경험이라면 범죄 억지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해 버렸을까”라고 묻는다.

저자는 미국 사법체계가 법 집행관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미국 고속도로 제한속도는 차량 통행량을 고려하면 지키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니 누구를 골라 딱지를 떼고 벌금을 물릴지는 법집행관인 경찰관의 재량에 달렸다. ‘누군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법규를 만들어 놓고 법집행관 의지에 내맡기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재량적 사법’은 ‘차별적 사법’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인다. 경찰관들은 교통법규 위반 명목으로 흑인 운전자를 골라 정지시키고서 마약범죄 증거를 수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는 이것이 해묵은 인종차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시민에게 권력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지방검사와 법관들을 투표로 선출하는 미국에서 지역민주주의가 쇠퇴한 결과, 경찰과 검사에 대한 시민통제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사법권력이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 판결에서 이제는 지방검사보에게 넘어간 것이 미국 현실이다. 그는 “형사사법이 공정해지려면 범죄와 형벌의 비용을 직접 치러야 하는 시민들이 법을 집행하고 형벌에 비용을 지출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턴츠 교수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그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하버드 로스쿨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 교수의 은사이다. 석 교수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빌 선생님(윌리엄 스턴츠 교수)이 세상을 떠났다. 봄방학 중 프랑스 파리에서 머물 때 연락을 받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 생의 마지막 10년 동안 그는 암으로 통증에 시달렸다. 등 버팀대와 지팡이에 의지하다가 끝내는 휠체어를 타야 했다. 교수님은 그 고통을 이렇게 묘사했다. ‘계속 울리는 알람시계를 귀에 붙여놓은 것 같다. 알람을 끌 수도 없고 시계를 버릴 수도 없다. 앉든지 서든지 고통은 언제나 나를 쫓아다닌다.’ ….”

스턴츠 교수가 고통스럽게 쓴 이 책은 미국 사법의 위기를 분명히 예견하고 있다.

법률적 얘기라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겠지만 읽다 보면 미국법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도 경찰봉으로 유색 인종이나 흑인들을 마구 두들겨패는 미국 경찰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역시 미국 수정헌법의 정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스턴츠 교수 저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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