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자유의 언어 웃음의 정치(전경옥 지음·책세상·3만원)=서양 정치사상 연구자인 저자가 풍자 이미지라는 대중문화적 콘텐츠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독특한 저작이다. 근대국가가 형성되던 16∼19세기 격동기의 유럽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조망했다. 왕과 귀족, 교회와 성직자, 대중, 근대적 엘리트, 여성 등 다양한 풍자의 대상과 풍자 의도, 풍자 이미지를 생산하고 수용한 계층, 풍자 이미지 보급 과정, 풍자가 사회에 불러온 반향 등도 두루 살폈다. 당대 신문에 실린 만평, 책자에 수록된 삽화, 가게에서 팔린 시사·풍자만화, 전단, 포스터 등 만화적 형식으로 표현된 풍자 이미지 250여점도 소개한다.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아즈마 히로키, 이데 아키라, 가이누마 히로시, 쓰다 다이스케, 하야미즈 겐로 지음·양지연 옮김·신쓰보 겐슈 사진·우에다 요코 감수·마티·2만원)=‘다크 투어리즘’이란 전쟁과 재해 등 비극의 현장을 찾아 추모와 성찰의 계기로 삼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다. 출입금지구역이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 투어는 언론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비공식적 형태에서 2011년 이후 민간으로 확대됐다. 책은 체르노빌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가이드인 동시에 핵의 올바른 이용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관광과 취재 등 두 편으로 나누어 출입금지 구역에 대한 소개와 체르노빌 사고 관계자 인터뷰 등 다양한 내용을 실었다.
엄마 인문학(김경집 지음·꿈결·1만4800원)=‘인문학은 밥이다’를 쓴 저자가 이 시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여섯 번의 강연을 모아 엮었다. 역사와 철학, 예술, 정치, 경제, 문학의 6가지 프리즘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며 그 해법으로 ‘엄마’와 ‘인문학’을 제시한다. 인문학이 교양이나 지적 만족 제공을 넘어 모든 인간이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하며 그 주체는 자녀를 가진 엄마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미타경을 읽는 즐거움(동봉 지음·민족사·2만3000원)=곤지암의 우리절 주지인 동봉 스님의 아미타경 해설서. 아미타경은 아미타불과 극락정토를 설하는 경전인 정토삼부경 중 하나다. 책은 기초과학의 개념을 끌어들여 아미타경 해석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인연을 설명하는 데는 원자와 분자,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념이 등장한다. “2개의 업쿼크와 1개의 다운쿼크가 인(因)이라면 그들의 작용을 돕는 힘이 연(緣)이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인이라면 그 두 가지가 결합하게 하는 힘이 연이며 양성자와 중성자의 결합인 핵과 그 핵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자가 인이라고 했을 때 핵과 전자를 묶어주는 힘이 연입니다.”(486쪽)
자아와 방어 기제(안나 프로이트 지음·김건종 옮김·열린책들·1만5000원)=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로 아동 정신분석학 권위자인 안나 프로이트의 대표 저서다. 1936년 처음 출간됐을 때부터 정신분석학에 중요한 공헌을 한 저작으로 인정받았으며 8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아버지 프로이트를 포함한 이전 학자들의 저서와 논문 등에서 개념적 소개 정도만 이뤄졌던 다양한 자아 방어기제를 분류하고 구체화했다. 특히 각 방어기제를 실제 사례 속에서 이해하고자 했으며 아동과 청소년으로 분석 대상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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