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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스튜디오뮤지컬은 시각장애인에 특화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을 지향합니다. 배리어프리란 말 그대로 ‘장벽을 없앤다’라는 뜻이죠. 장애인이 관람하기에 불편함이 없게끔 만든 문화예술 콘텐츠입니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가장 먼저 나왔고 뮤지컬 등 공연 분야는 이제 걸음마 단계죠. 우리는 그동안 시각장애인용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쌓아왔고요. 앞으로도 시각장애인들과 소통하며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고은령 스튜디오뮤지컬 대표는 “사람들은 우리가 장애인을 위해 봉사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장애인과 어울리며 그분들한테 배우는 게 더 많다”면서 “우리 활동이 장애인들에게 티끌만큼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
“프로 배우이지만 거의 무보수로 봉사해주셔서 공연이 성사됐어요. 시각장애인 배우 두 분을 뽑는 데 30여명이 응모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웃음) 사전에 자신의 음성과 노래를 녹음한 파일을 보내달라고 한 다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출연자를 뽑았죠.”
공연이 열린 곳은 220석 규모 무대였으나 실제 입장한 시각장애인은 절반에 불과했다. 혼자 이동하기 힘든 시각장애인은 보호자를 한 명씩 동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좌석 대신 통로 계단에 앉아 공연을 본 이도 있고, 일부는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딱 한 번으로 끝난 공연이라 출연진의 아쉬움도 컸다. 특히 오디션으로 뽑은 시각장애인 배우들의 허탈함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한 달 넘게 모여 연습하며 서로 많이 친해졌거든요. 공연이 끝난 뒤 시각장애인 배우 한 분이 ‘한바탕 꿈을 꾼 것 같다. 다시 할 수는 없겠죠’라는 글을 남겼더라고요. 그분한테 ‘아닙니다. 또 합니다’라는 말씀을 아직 드릴 수 없어 가슴이 아파요. 얼마 전에는 우리끼리 저녁에 ‘번개’로 신촌에서 만나 술로 허전함을 달래기도 했거든요. 정부가 장애인의 문화예술 지원 예산을 늘렸다고는 해도 현장에선 전혀 체감할 수가 없어요. 장애인을 위한 공연, 장애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방송이 재미있긴 해도 평생 할 자신은 없었거든요. 점점 공연에 관심이 많아지다가 결국 좋아하는 쪽으로 완전히 틀었죠. 방송국에 사표를 냈을 때 부모님께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제가 휴직한 줄 알고 계셨던 부모님이 2012년쯤 ‘왜 복직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 비로소 알려드렸죠. 저는 ‘불효녀’입니다.(웃음)”
스튜디오뮤지컬은 고 대표까지 포함해 7명의 단출한 식구다. 대표와 상근직원 한 명을 빼곤 전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재정 안정을 위해 사무실 운영비는 최소화하고 가급적 재택근무에 의존한다. 이 패기 넘치는 젊은 공연기획자의 가슴에 담긴 포부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거창한 꿈은 꾸지 않아요. 그냥 지금처럼만, 한 번만 더 공연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으로 버텨요. 높다란 목표를 세웠으면 오히려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소박하게, 하지만 꾸준히 공연을 계속하다 보면 규모도 커지고 정말 예상하지 못한 기적 같은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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