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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자동차 복합할부… 당국선 뒷짐만

입력 : 2015-03-05 21:27:07 수정 : 2015-03-06 00: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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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살때 캐피탈 할부보다 최대 120만원 저렴한데… 복합할부를 둘러싼 카드사와 자동차 업계의 싸움이 양보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수수료를 내려달라는 자동차 업계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카드사가 맞서다가 아예 상품을 폐지하는 일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삼성카드와 현대차 간 협상도 난항을 겪으면서 복합할부상품이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복합할부상품의 폐지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세계일보가 현대차의 ‘그랜저 가솔린 HG 240 Modern’(2988만원·선수금 458만원, 할부원금 2530만원 기준) 구입 방식별 소비자 부담 금액을 파악한 결과 할부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합할부로 구입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됐다.

36개월 할부로 구입할 경우 신용카드사 복합할부와 현대캐피탈 할부 금리가 연 5.9%로 동일하지만 복합할부가 소비자에게 부담금액의 0.2%를 돌려주기 때문에 복합할부(2761만원)가 캐피탈(2767만원)보다 6만원 저렴하다.

복합할부는 개월 수가 늘어나도 금리(5.9%)가 동일하지만 캐피탈은 48개월 6.9%, 60개월 7.9% 등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차 값을 48개월 동안 나눠내면 복합할부가 61만원 싸고, 60개월 할부로 사면 12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복합할부 상품이 없어지면 이 같은 혜택은 사라진다.

복합할부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할부 상품을 카드사와 캐피탈이 함께 파는 방식 때문이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카드로 결제한 뒤 3일 정도 안에 캐피탈로부터 대출을 받아 카드 대금을 갚고, 캐피탈에 매달 할부금을 상환하는 것이 복합할부다.

카드사는 자동차 회사와 신용거래로 받은 가맹점 수수료(1.9%) 중 1.37%포인트를 캐피탈사에 주고, 0.2%포인트는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캐피탈사는 받은 수수료 중 일부를 자동차 영업사원에게 떼주고 나머지는 금리를 낮추는 데 활용한다.

복합할부는 금리가 싼 이점 때문에 2009년 출시 이후 급격히 성장했다. 자동차 구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4.4%에서 2013년 14.8%까지 늘었다.

현대차는 결제를 한 뒤 대금을 갚는 기간(신용공여기간)이 체크카드와 비슷한 상품에 대해 카드사가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복합할부 수수료로 지난해 카드사에 지급한 돈만 800억원가량이라며 수수료를 체크카드 수준(1.3∼1.5%)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카드사들은 펄쩍 뛴다. 이 요구를 수용했다가는 상품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조차 건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는 4일 기아차를 대상으로 한 복합할부상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카드는 오는 19일 가맹점 계약 종료를 앞두고 현대차와 수수료율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 중 일부는 복합할부가 없어지더라도 카드사에서 자체 운영하는 할부상품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카드사 자체 상품은 대부분 할부기간이 최대 36개월까지라 제약이 크다.

삼성카드는 복합할부에 대한 현대차의 이의를 반영해 신용공여기간을 30일로 늘린 신 복합할부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캐피탈사와 협상이 여의치 않아 이마저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복합할부 상품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금융당국은 협상을 끝까지 지켜본 뒤 움직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협상 경과를 지켜보고 위법사항이 있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시장에 필요에 의해 생겨난 상품이 없어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라며 “금융당국이 적정 수수료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중재나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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