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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는 했지만…김영란법 '구멍 숭숭'

입력 : 2015-03-03 18:47:16 수정 : 2015-03-06 1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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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후원금·출판기념회는 적용 제외 ‘셀프 구제’
여야는 2일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하는 공직자를 형사처벌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을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여야가 김영란법 처리를 놓고 막판 협상을 준비하던 이날 낮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은 공직자의 법적용 가족 범위 축소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홍일표(왼쪽),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이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처리한 뒤 손을 맞잡아 자축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가족 범위 축소는 효과 상실

우선 공직자의 법 적용 가족 대상을 배우자 한 명으로 대폭 축소한 것은 부정부패 척결이란 근본 취지를 크게 퇴색시켰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을 보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는 주로 형과 자식들에 의해 자행됐고 대통령 부인이 비리를 저지른 적은 없다”며 “김영란법 가족 적용대상을 공직자의 부인으로 제한한 것은 공직자의 부정부패 단속에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이른바 ‘불고지죄’ 조항은 당장 형사법 체계와 충돌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이날 김영란법에 대한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우리나라 법체계는 살인범이라도 그 가족이 숨겨준 경우 특수성을 고려해 범인 은닉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김영란법의 불고지죄 조항은 범인은닉죄 정신과 정면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경우 공직자를 처벌하도록 한 조항도 헌법에서 금지한 ‘연좌제’에 해당한다는게 중평이다.

금품수수와 달리 부정청탁의 개념과 행위 유형 등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경우 무조건 적발하고 보자는 식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검찰공화국’, ‘사법공화국’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영란법’ 처리가 예정된 3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각각 열린 여야의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 사진)가 골치가 아픈지 이마를 만지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물을 마시고 있다.
이재문 기자
◆국회의원은 ‘셀프 구제’

국회의원은 특혜성 정치자금 조달이 법 적용대상에서 빠져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후원금 모금과 출판기념회를 통해 지역 정치인·기업인 또는 상임위 소속 기관·기업 등으로부터 고액의 금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된 셈이다. 여권의 관계자는 “금배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에 필요한 정치자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김영란법 적용을 내년 10월로 유예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정치인은 정작 자신에게 법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으면서 나머지 국민에게는 엄격히 적용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앙선관위가 이날 공개한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을 살펴보면 자신의 지역구 지방의원이나 보좌관으로부터 받은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후원금을 내거나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국회의원과의 직무 연관성을 따져야 하는데, 이 조항을 빼고 엉망인 법안을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정치인은 관혼상제 부조금 등 이해관계가 얽힌 금품제공도 허용된다.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격 범위 내에서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에서 일정 정도의 금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아 ‘이현령비현령’으로 금품 적용대상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았다는 비판이 뜨겁다.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이나 제도 개선에 대해 제안·건의하는 것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원안에는 없던 내용이 정무위 논의과정에서 슬그머니 삽입됐다.

◆“시민단체 왜 빠졌냐” 형평성 시비

언론인·사립교원을 적용대상에 넣어 과잉 입법 논란이 거세다. 공직자에게 적용될 법안의 대상을 민간영역에 속하는 언론인까지로 확대함으로써 직업적 형평성을 훼손하거나 정상적인 취재활동까지 수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언론의 취재활동과 향응제공에 대한 권력기관의 구분도 논란거리다. 언론인이 평소 친분이 있고 업무관련성이 있는 취재원과 만나 그가 제공하는 식사를 했는데 이를 취재활동으로 보지 않고 향응제공으로 볼 수 있느냐는 판단의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위한 식사를 제재하는 것은 정권이 언론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

반면 ‘제5부’로 불리는 시민단체는 적용 대상에서 쏙 빠졌다. 정무위가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선 유독 느슷한 잣대를 적용한 탓이다. 당장 여야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의원들이 자신들과 함께 최대 이권단체인 시민단체 눈치를 보며 면책에 공들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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