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그러나 물가 하락이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저유가 등 공급 요인 이전에 실물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 가운데 소비 위축의 장기화가 저물가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2월의 근원물가 상승률도 2.3%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해 외부 요인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도 둔화하는 양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하락으로 소비심리 위축이 확산하면 내수경기가 더 침체돼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며 “2월에는 설 수요가 있었는데도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갑을 닫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금리정책에 실기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금융IT학과)는 “일본이 1992, 93년 1%대에서 94년 0%대로 추락했는데 한은처럼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95년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갔다”면서 “우리도 이미 디플레이션 직전 단계에 온 만큼 지금 (정책대응이) 아주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일본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가계부채는 늘어나 소비여력이 없어진 상태에서 부동산거품이 꺼져 20년간 경기가 침체됐다”면서 “우리나라도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 소비여력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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