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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임은 혼인취소 사유 안 된다”

입력 : 2015-03-03 19:42:21 수정 : 2015-03-03 23: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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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깨고 첫 결정… 파장 주목, ‘성염색체 이상’ 남편 손 들어줘 결혼 후 배우자 한쪽의 성기능 장애로 불임이 예상돼 부부 간 불화가 생겼더라도 “법률상 혼인 취소 사유가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성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불임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대법원의 첫 결정으로, 증가세인 불임 부부의 혼인 생활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011년 말 중매로 재활의학과 의사인 B씨를 만나 4개월 만에 혼인 생활을 시작했다.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진 부부였지만 결혼 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신혼인데도 남편 B씨는 성관계를 극도로 꺼렸고, 그해 4월부터는 각 방을 썼다. 혼인 직후부터 아이를 원한 A씨는 부부 모두 불임 검사를 받길 원했고 검진 결과 B씨의 무정자증과 성염색체 이상이 확인됐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의 형의 정자를 이용해 인공수정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별거에 들어간 A씨는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B씨 역시 이혼소송으로 맞섰다.

쟁점은 B씨가 성염색체 이상 등의 사실을 숨기고 A씨와 혼인했는지, 성염색체 이상 질환이 민법 제816조 2항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및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B씨가 혼인 전에 성염색체 이상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생식불능 증세만으로는 혼인이 취소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성기능 장애를 숨기지는 않았지만 성염색체 이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작고, 설령 임신을 하더라도 B씨의 증상이 2세에게 유전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3일 혼인 취소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 해석돼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실제 그간 하급심의 혼인 취소 소송 판결을 보면 배우자를 속인 사실이 드러나 혼인을 지속하기 힘든 경우 등에 한해 엄격히 적용·해석됐다. 올해 1월 서울가정법원은 임신이 불가능한 질환을 앓고 있는 베트남 여성이 자신의 병을 숨기고 결혼한 점을 근거로 남편의 요구대로 혼인을 취소시켰다.

이희경·김민순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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