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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술작가들의 테마는 ‘삶 그리고 사유’ 요즘 작가들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 OCI미술관과 선화랑의 기획전은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고달픈 시대이기에 더욱 깊어진 작가들의 사유와 더불어 삶의 이유를 찾아나서는 힐링의 풍경들이 있다.

서울 수송동 OCI미술관의 ‘영 크리에이티브(Young Creatives)’ 5주년 기념전은 그동안 발굴해 온 신진작가 36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일상, 풍경, 욕망, 성, 도시, 사회성, 꿈, 동물 등 인간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동시대의 여러 가지 이슈들을 다층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공통적인 흐름은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 안에서의 삶의 모습과 그 이면에 담긴 사회·심리적인 의미들을 포착해내는 예민하고 직관적인 감각이다. 직관력 또는 영감이라 부를 수 있는 ‘여섯 번째 감각(六感)’은 세계에 대한 통렬한 시각, 끈질긴 관찰, 다층적인 경험 등 오감의 다양한 과정과 깊은 무의식의 세계가 결합하여 비로소 나타나는 감각의 열매라고도 볼 수 있다.

왕성한 ‘작품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들을 초대해 마련한 선화랑 ‘2015 예감’전에선 합리적인 작품가를 형성하면서도 뛰어난 작품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6명의 작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작가들은 어떤 순간 특정 공간에서 느끼는 감성을 찰나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익숙해진 공간에서 짐을 정리해 나오거나 새로운 공간으로 짐을 들고 들어갈 때의 디테일한 감성을 주워 담아 ‘공간의 판타지’를 엮어내는 애나한의 작품.
OCI미술관 제공
OCI미술관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이뤄진다. 5일부터 시작되는 1부 전시에서는 친숙한 삶의 모습과 우리 내면에 관한 세 가지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첫 번째 주제는 ‘일상, 비(飛)일상’ 이다. 비 일상은 반복적인 삶을 열심히 살아가지만 동시에 조금 멀리서 그 위를 훨훨 날며 일상의 현장을 새로움으로 통찰하는 작가들의 사유 방식을 의미한다.

평범한 일상에 내재한 삶의 크고 작은 의미들을 가늠해보게 된다. 우리가 걷는 땅을 지표적인 드로잉으로 나타낸 강동주. 일상을 살며 느낀 감정들을 추상적인 일기 형태의 회화로 표현하는 김혜나, 익숙한 사물을 재조립, 변형하여 전혀 다른 시각을 반영한 사물로 만들어내는 신정필, 생활 속 오브제들을 또 다른 일상의 사물로 색다르게 표현하는 오유경을 비롯하여, 퇴근길의 포장마차 등 잔잔한 삶의 순간들을 회화로 그려내는 이제, 옷을 입고 벗는 행위에서 찰나의 시간을 회화로 성찰하는 임주연, 소박한 밥상과 일상의 모습을 주제로 한 회화를 통해 기쁨과 정을 공유하도록 하는 정경심의 작품들이 출품된다.

두 번째 주제는 ‘기묘한 세계’다. 인간의 깊은 내면에 잠재해 있는 꿈과 희망, 억눌린 생각들을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빛과 색채의 작품들로 드러내고 있다. 음악과 철학 등에 관한 생각을 초현실적인 드로잉으로 구현하는 김은형, 상상 속 우주를 복잡다단한 설치와 영상 작품으로 표현하는 김채원, 어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변용하여 회화로 탐구하는 나광호, 독특한 동물의 형상들을 몽환적이고 강렬한 회화로 풀어내는 박미례, 빛과 색채의 변화와 착시효과 등을 활용해 드라마틱한 공간을 연출하는 애나한,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작가만의 무의식의 세계를 구축하는 이주리, 어린 시절의 꿈을 상징하는 놀이공원에 대한 환상과 감성을 독특한 비정형의 입체작품으로 제시하는 정혜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 주제는 ‘욕망의 순간들’이다. 성이나 소비 등에 얽혀 있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엿볼 수 있다. 과욕을 탐하는 순간들과 더불어 인간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존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소비 욕구에 사로잡힌 현대인을 반짝이는 도자기 환조 등으로 나타내는 김지민, 회식 이후의 테이블과 쓰레기 하치장 등으로 욕망의 너저분한 모습을 드러내는 김진기, 억눌린 욕망 등을 이목구비가 없는 인물로 시각화하는 유현경, 모범생 콤플렉스와 주체적 욕망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미정, 욕망에 내재된 상실감과 좌절 등의 감정을 벌거벗은 신체와 낮선 풍경의 회화로 담아내는 장파, 인간의 신체를 추상화하거나 파편적으로 변형하여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는 최영빈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4월9일부터 5월5일까지 진행될 2부 전시에는 작가 16명이 풍경, 집과 공간, 사회등의 주제를 다룬다.

어린 시절 산동네의 감성적 품경을 한지 콜라주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는 정영주 작품.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풍경이다.
선화랑 제공
17일까지 열리는 선화랑 전시에서 김세한 작가는 세필로 점을 찍어 그린 도시야경을 보여 준다. 도시의 전광판 위에 투영된 팝아트 이미지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차량 불빛 행렬을 하트형상으로 수렴시키는 모습이 이채롭다. 강준영은 큰 시련 후에 깨달은 감사하는 마음을 캔버스와 테라코타에 그리거나 적었다.

이 밖에도 안광식은 풍경과 정물을 통해 현재의 시간을 붙잡으려는 허무한 단상을 보여준다. 정영주는 한지 콜라주로 어린 시절 산동네 풍경을 불러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떠올려 보게 만든다. 이동수 작가는사발의 단순함과 투박함에서 ‘흘러간 공기’를 잡아내고 있다. 마치 고요하고 깊은 물속에 긴 세월 동안 놓인 모습이다. 사발이 놓인 시공간은 현재를 마주하고 있지만 과거로 흘러가고 있다.찰나의 명상적 공간으로 다가온다. 이만나 작가는 일상의 공간이 어느 날, 자신을 사로잡는 낯섦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찰나를 표현하고 있다. 얕지만 깊고, 깊지만 얕은 이 조용한 풍경은 또 다른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순간이 된다. 카뮈가 말했듯이 외부세계를 관습이 아닌 ‘그것 자체’ 로 접촉할 때 생기는 ‘생소함’ 같은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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