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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조 빚내서 '집값 띄우기'에 성공하나

입력 : 2015-03-02 18:12:08 수정 : 2015-03-02 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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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DTI 규제완화 이후 1년 전보다 84%↑…'폭증세'

주택담보 461조원, 전세대출 36조원…가계부채 '절반'

주택보급률 100% 넘어도 주택구입에 신규대출 80% 쏠려

2014년중 주택 매매거래 동향. 자료=국토교통부
지난해 연간 주택 매매거래가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200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뒤 가계대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4%가 넘는 ‘폭증세’를 보여 빚내서 집값 띄우기가 가계부채 문제란 심각한 상처만 남긴 절반의 성공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61조원에 달하는 데다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36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면서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총액의 거의 절반을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총 주택 매매거래량은 100만5173건으로 전년 대비 18.0% 증가해 2006년 108만2000건 이래 100만건을 다시 돌파하며 8년 만에 최고치로 최종 집계됐다.

연도별 전국종합 매매가격 변동률도 ▲2012년 -0.03% ▲2013년 0.31%로 답답한 모습을 지속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1.71%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인 1.3%를 0.4%포인트 이상 넘어섰다.

지난 한해 주택매매거래량을 지역별로 살펴봐도 수도권 및 지방은 일 년 사이에 각각 27.3%, 11.1% 급등하는 등 전국적으로 거래량이 고르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지난해 7월24일과 9월1일 연이어 내놓은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과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매매가격 회복세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LTV·DTI 규제 합리화 조치가 전격 단행되면서 가계부채가 급격히 불어나는 부작용을 겪었다.

종래 제2금융권 한도가 더 높았던 LTV·DTI의 금융업권별 규제 차이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LTV의 경우 70%, DTI는 60%로 각각 단일화됐다. 그동안 비은행권에 비해 은행권에 낮게 설정됐던 LTV·DTI 비율이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 규제완화로 업권의 구분 없이 일괄 상향 조정되면서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대폭 확대됐다.

LTV·DTI 완화 이전인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가계대출 증가금액은 1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9조2000억원과 비슷하다. 반면 규제가 풀린 8월 이후 12월까지 39조6000억원 급증하며, 일 년 전의 21조5000억원보다 84.19%(18조1000억원)나 늘면서 ‘폭증세’를 나타냈다.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리스크관리를 맡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8월 LTV·DTI 규제완화 후 주택거래 증가 및 기준금리 인하 등의 여파로 가계대출의 양적 규모는 예년보다 빠르게 증가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5조7000억원이며, 비은행권은 95조원이다. 양자를 합산한 금융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전액은 460조7000억원이다.

또 지난해 11월 현재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34조6000억원으로 월평균 증가액이 1조330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36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2010년 잔액 12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4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한 액수다.

연간 기준으로 2011년 9조원이었던 전세자금 신규대출은 2012년 10조2000억원, 2013년 11조3000억원으로 점증하는 추세에 있다가 급기야 작년에는 1~11월 누적분 만으로도 한 해 전보다 29.2%가 늘었다.

월평균 신규 대출금액도 2011년 75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월에서 11월 사이 1조3300억원으로 두 배가량 급등했다. 전세자금 월평균 신규 대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 예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에만 늘어난 가계부채 규모가 40조원에 이르고, 이중 절반 이상이 전세자금대출”이라며 “가계부채에 대한 염려가 이미 커진 상황에서도 그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자금 대출의 증가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에 도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KB국민은행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8년 12월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실제로 전세자금대출 36조원과 주택담보대출 460조7000억원을 합친 부동산 관련 총 대출규모는 49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가계부채 총액인 1089조원의 약 45.6%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시행한 LTV·DTI 규제완화가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이끌어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처럼 밝혔지만, 결국 주택구매와 무관한 가계대출 급증과 전셋값 폭등으로 귀착됐다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 오래여서 주택가격 인상여력이 크지 않음에도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국토교통부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09년 101.2% ▲2010년 101.9% ▲2011년 102.3% ▲2012년 102.7% ▲2013년 103.0%를 각각 달성해 지난 2008년 100%를 초과한 이후 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높아지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주택보급률 역시 일본 115.2%, 미국 111.4%, 영국 106.1% 등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규 대출의 약 80%가 주택구입, 기존 고금리대출 상환, 투자 등에 사용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에는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 등 부실화된 가계부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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