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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대한민국 氏의 건강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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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2 21:20:44 수정 : 2015-03-02 21: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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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향해 내달리다 종합병동 신세 전락
지금이 인생의 골든타임 모든 것 다 바꿔야
1948년생인 그는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먹고 살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세월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어린 시절 상잔의 비극으로 몸 반쪽이 떨어져 나간 불구의 몸으로 평생 고통을 안은 채 살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맨손과 맨주먹으로 피땀 흘려 인생역전을 일궈냈다. 피죽으로 겨우 연명하다 이제는 보란듯이 어깨에 힘주고 살고 있다. 지난해 살림 규모는 1조5000억달러로 그가 사는 동네 ‘지구촌’에서 13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과거 도움을 받았던 것에 보답하기 위해 이웃을 돕는 일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웃사촌들은 그의 성공 신화를 ‘한강의 기적’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고 있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었다”는 소리도 들어봤다. 그의 성공 비결을 배우려고 찾아오는 이웃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의 얼굴에 언제부터인가 근심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건강이 예전같지 않고 집안은 바람 잘 날이 없다. 나이 먹으면 다 그런 것이라고, 가지 많은 나무는 그런 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그런 방심이 독이 됐다. 병색이 완연하고 살림 형편이 하루가 다르게 기울고 있다.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몸과 정신이 모두 망가진 종합병동 수준이다. 가계 살림도 컨설팅 결과 가계부를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가 진 빚이 1000조원이 넘는데 가족들이 진 빚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1000조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뼈 빠지게 돈 벌어 빚 갚느라 허덕이고 있으니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다. 여기저기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그는 애써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집안 꼴도 말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가족끼리 싸움박질이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밤낮 없이 사사건건 드잡이로 날을 지새운다.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생활 수준도 우애를 갈라놓았다. 잘 버는 쪽은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을 즐기며 호강을 누리고 있는데 반해 소득이 시원찮은 식구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 월세값을 쫓아가느라 등골이 휘고 허리가 부러진다. 악다구니 소리가 집 담장 밖을 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보니 동네에 입 달린 이들치고 혀를 차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다. 콩가루 집안 꼴을 하고도 남들 보기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으니 이 또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가장 심각한 것은 바닥까지 떨어진 그의 체력과 기력이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린, 건강과는 담쌓고 지낸 오랜 생활 습관 탓에 만신창이가 됐다. 팔과 다리는 가늘고 내장 지방이 잔뜩 쌓인 배만 불룩하게 튀어나와 고혈당 고지혈증 고혈압 등을 끼고 산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운동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귀 따갑게 들었지만 작심삼일에 그치기 일쑤다. 운동 프로그램을 짜고 헬스클럽을 다닌다고 요란을 떨다가도 슬그머니 제풀에 지쳐 중도에 흐지부지되는 일을 5년마다 되풀이한 게 벌써 20년이 넘었다. 몸 만들기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순전히 의지가 박약하기 때문이다. 근육을 키우려면 근육의 힘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 근육 힘의 한계를 넘는 운동으로 근육을 손상시키고, 손상된 근육이 회복되는 과정을 거쳐야 근육이 더 강하고 크게 만들어진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것만 들어올릴 뿐 그 이상은 힘들다며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 놓고 효과가 없다며 프로그램을 수도 없이 고쳐 쓰고 헬스클럽을 전전한다.

그가 체력을 회복하려면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야 한다. 몸이 건강해지면 생각도 바뀐다. 아직 늦지 않았다. 미래를 바꿀 인생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600여개의 근육을 골고루 키우는 건강 회복 프로젝트를 곧바로 시작해야 한다. 누군가가 그를 가리켜 “기적은 이뤘지만 기쁨을 잃었다”고 꼬집은 적이 있다. 고희로 접어드는 ‘대한민국’ 씨, 지금까지 하던 대로를 고집하면 그가 보여줬던 기적마저 물거품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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