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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징분여구화(懲忿如救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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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2 21:14:45 수정 : 2015-03-02 21: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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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고귀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생명의 존귀함을 아는 사람은 뭇 생명을 사랑할 줄 안다. ‘채근담’은 옛사람들의 생명존중 정신을 확연히 알게 한다. “쥐를 위해서 밥을 언제나 남겨두며, 나방이 불속으로 뛰어들까 걱정돼 (책을 읽으려는 선비는 어두워져도) 등에 불을 켜지 않는다. … 이러한 마음이 없다면 인간은 흙이나 나무와 같은 형체일 뿐이다(爲鼠常留飯 憐蛾不點燈 … 無此便所謂土木形骸而已).”

우리네 선인(先人)들은 인간의 주변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보살피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음은 물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제시하는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쥐와 심지어 불나방 같은 미물(微物)에 이르기까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세상을 살았던 것이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 대한 배려와 경외심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우리 사회가 금수보다 못한 패륜범죄 등으로 무서운 세상이 되고 있다. 도박자금을 구하려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부가 서로 간의 목숨을 노릴 정도로 세상은 삭막해지고 있다. 최근엔 엽총 난사로 이틀 만에 여덟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돈이나 치정 등이 얽힌 사건이다. 모두 화를 참지 못하고 저지른 극단적 행동에서 비롯된 ‘분노 범죄’ 형태를 띤다.

참아야 한다. “분노를 억제하기를 불을 끄듯이 하고, 욕심 막기를 큰물을 막는 것처럼 하라(懲忿如救火 窒慾如防水).”고 ‘근사록’은 가르치고 있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끝까지 지킨 제자 안회가 29세에 요절하자 공자는 통곡하면서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구나(天喪予)”라고 하늘을 원망할 정도였다. 공자가 이토록 안회를 아꼈던 것은 “자신의 분노를 남에게 옮기지 않음으로써,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았다(不遷怒 不二過).”라고 칭송한 데 잘 나타나 있다.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거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최근의 참사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懲忿如救火 : ‘분노를 억제하기를 불을 끄듯이 하라’는 뜻.

懲 그칠 징, 忿 성낼 분, 如 같을 여, 救 구할 구, 火 불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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