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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이 동반자로 ‘미래 역사’ 함께 써 나가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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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1 22:15:37 수정 : 2015-03-01 22: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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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3·1절 제96주년 기념식에서 “일본이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손잡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미국 역사학계의 대일 비판 공동성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가 한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는 말을 다시 강조했다. 일본 지도층이 깊이 새겨야 할 따끔한 일침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와 이듬해 3·1절에서도 거듭 ‘역사 직시’를 주문했다. 어제 방점을 찍은 ‘역사적 진실 인정’은 같은 주제의 변주(變奏)다. 더든 교수가 미국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의 헛된 기도에 분노해 강조한 말을 인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사 직시’와 ‘역사 인정’은 너무도 지당해 두 번, 세 번 반복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이치다. 그럼에도 같은 언술이 여전히 생명력을 갖는 것은 역주행을 일삼는 일본 지도층의 무책임하고 반인도적인 태도와 무관치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해 5월 미 의회 연설을 하고, 8월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아베 담화)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서 어떤 역사 인식을 드러내느냐는 문제는 동북아 지정학에 항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답답하게도 현재로선 낙관이 어렵다. 아베 담화의 초안 작업을 주도할 기타오카 신이치 일본 국제대학 학장은 최근 자민당 비공개 강연에서 “너무 과도한 사죄 추구는 일본 국내의 반한, 반중 의식을 높여 오히려 화해를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고 한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키워드는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였다. 올해 아베 담화에선 말뿐인 반성과 사죄마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전후보상 운동을 이끌어온 아라이 신이치 일본 스루가다이대학 명예교수는 어제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같은 과거를 반복하는 어리석음을 피하려면 전쟁과 식민지 지배 반성에서 시작하는 화해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른 길이 있을 리 없다. 아베 정부는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서는 안 된다.

2차 세계대전 후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전범국 일본에 넓은 입지를 보장했던 미국은 아베 정부의 일탈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은 지난달 27일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동북아의 과거사 갈등에 대해 ‘덮고 가자’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어이없는 일이다. 미국 정부가 책임 있는 중재에 나서기는커녕 외려 일본의 역주행을 거들겠다는 것인가. 셔먼 차관의 발언이 실제로 ‘덮고 가자’는 뜻이고,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면 오바마 정부 역시 더든 교수의 지적을 곱씹어야 한다. 더든 교수는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고 명확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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