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관세 폭탄’ 맞은 해외직구 초보

관련이슈 기자가 만난 세상

입력 : 2015-03-01 22:12:11 수정 : 2015-03-01 22:12: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얼마 전 A씨를 만나 ‘바지’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와 필자는 공교롭게도 해외 브랜드의 똑같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둘이 바지를 구입한 경로는 전혀 달랐다. A씨는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통해 작년 연말 세일기간에 6만원짜리를 3만원 정도에 ‘득템’(온라인게임 은어)했다”고 자랑했다. 국내 백화점에서 13만원이나 주고 구입한 필자는 말로만 듣던 ‘호갱님’(호구 고객)이 된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직구를 하면 얼마나 싸기에….’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직구에 도전했다.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했다. 직구 관련 사이트, 블로그 등을 통해 주의 사항부터 유심히 읽었다. 소액구매로 분류되는 200달러(22만원) 이하까지는 관세가 면제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품목에 따라 통관절차의 수위도 달라 구매하려는 제품이 ‘목록통관’ 대상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다.

김채연 정치부 기자
해외 의류 사이트에서 이런저런 옷들을 구매했다. 금액은 199달러46센트(21만9000원). 관세가 면제되는 200달러를 넘기지 않았다. 이어 국내 배송 대행 업체에 구매한 품목의 브랜드, 가격, 색상 등을 등록하는 절차를 거쳤다. 배송 대행 업체를 이용하면 해외에 있는 해당 업체가 직접 배송하는 경우보다 제품이 늦게 도착하지만 배송비가 저렴해 직구족들에게는 필수코스로 여겨진다.

10일쯤 지나 상품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뒤 배송 대행 업체에서 200달러42센트(22만400원)어치를 구매했으니 관세·부가세 60달러46센트(6만6000원)를 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구매액의 30%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라니,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정체불명의 98센트(1000원)는 어디서 붙은 걸까. 관세청에 문의한 결과 무료로 받은 사은품에도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요트 등 고가의 물품까지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관세·부가세를 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꼼수를 막기 위한 규정”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면세 규정에서 400원을 초과해 6만6000원을 지불하게 됐다. 연말정산 ‘세금폭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옷 한 벌 싸게 사려다 ‘관세폭탄’을 맞은 것이다. 긴 배송기간, 대행업체 배송비, 거기에 관세·부가세까지 감안하면 직구를 통해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해외 직구관련 인터넷 카페 등을 살펴보니 많은 피해 사례가 있었다.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노력하다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무료 사은품이라도 해외에서 들어오면 ‘유료’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은 필자의 실수라고 치자. 하지만 섭섭함을 지울 수가 없다.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력 불어넣기를 추진 중인 정부에게 해외 직구 열풍은 ‘눈엣가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해외직구족의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해외직구족 피해 예방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길 기대해본다.

김채연 정치부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