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리포트] 박근혜의 특보 오바마의 ‘차르’

관련이슈 특파원 리포트

입력 : 2015-03-01 22:14:23 수정 : 2015-03-01 22:14: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오바마, 현안 때마다 ‘이너서클’ 의존 해결
집권 3년 박 대통령도 친정 체제 더 강화
위기일수록 ‘열린 정치’, 역사교훈 잊지 말아야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위기에 몰린 대통령이 보이는 행동은 비슷할 때가 많다. 정권이 흔들리거나 국정의 동력이 확 떨어지면 으레 대통령이 가신이나 측근, 이너서클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사를 들여다보면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수록 측근을 멀리하고, 인재 풀을 대폭 늘리는 열린 정치를 해야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이런 교훈을 모를 리 없겠지만 자신을 엄습하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악수를 두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신승했으나 높은 국민적 지지로 안정된 출발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수첩 인사’ ‘돌려막기 인사’ ‘회전문 인사’에 매달렸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특보단 신설에 이어 친박 의원 6명을 내각에 포진시키는 개각과 친박 측근 비서실장 임명 및 친박 위주 정무특보단 구축으로 ‘눈 딱 감고’ 친정 체제를 강화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무특보단 신설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과 특보 간 업무 중복 등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박 대통령은 각 부처의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그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장관과 부처를 무력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통일부가 버젓이 있음에도 통일준비위를 출범시켰다. 또 인사혁신처가 신설된 지 100여일 만에 인사혁신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누가 봐도 옥상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형식과 내용이 다르지만 갈수록 이너서클에 의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현안이 돌출할 때마다 측근 등을 데려와 ‘차르’로 임명하는 게 습관으로 굳어졌다. 차르는 원래 슬라브계 국가의 군주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말이 미국 등에서 특정 정책이나 정치 현안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의 최고 책임자를 부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오바마는 최근에 이슬람 과격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인터넷을 통해 전사를 모집하자 ‘트위터 차르’를 임명했다. 오바마는 라사드 후세인 이슬람협력기구(OIC) 특사를 트위터 차르로 임명해 IS와 사이버상에서 일전을 치르는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미국으로 그 불똥이 튀자 ‘에볼라 차르’에 보건 업무와 무관하게 백악관에서 선거 전략 등을 짜던 론 클라인을 임명했다. 오바마 정부에는 오바마케어 차르, 에이즈 차르, 마약 차르, 식품 차르, 자동차 차르뿐 아니라 심지어 ‘아시아 잉어 차르’도 있다. 오바마는 2010년에 아시아의 잉어가 미국으로 들어와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 차르를 즉각 신설했다.

지난 대선전에서 오바마와 겨뤘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바마 정부의 차르가 3세기에 걸쳐 러시아를 지배한 로마노프 왕가의 차르보다 많다”고 비판했다. 사실관계 확인 전문 웹사이트인 폴리티팩트는 매케인의 주장이 옳다고 판정을 내렸다. 로마노프가의 차르가 18명이었고, 오바마 정부의 차르가 45명이라고 폴리티팩트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무더기 차르 임명이 정치권 일각에서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평가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 대통령이 현안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고 있고, 정권 차원에서 그 같은 문제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차르를 임명하고 있다. 미국의 정부 소관 부처에서 ‘우리를 핫바지로 아느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오바마가 차르를 통해 정부 부처에 자극을 주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청와대의 무더기 특보단, 박 대통령 정부의 특별위원회 등이 수석실이나 정부 관련 부처에 생산적인 자극을 줄지 아니면 복지부동의 냉소와 혼선을 초래할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분명한 것은 그런 옥상옥이 국민적 신뢰 회복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국민을 두 번 속이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