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푸틴 정적’ 또 피살… 野 “크레믈궁이 사건 배후”

입력 : 2015-03-01 20:33:39 수정 : 2015-03-02 00:52: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러 넴초프 피격 사망 후폭풍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리의 친구를 죽였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보리스 넴초프(55) 추모행사는 푸틴 정권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수만명의 추모객들은 이틀 전 피격 사건 현장인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 위를 지나 크레믈궁으로 향하며 진상 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일부 참가자는 ‘우리 모두가 넴초프다’, ‘푸틴은 살인자’라고 적힌 팻말 등을 들고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앞서 넴초프는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인 여자친구(24)와 함께 붉은광장 근처 굼 백화점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나와 숙소가 있는 크레믈궁 쪽으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강 다리를 건너다가 오후 11시40분쯤 무장괴한에게 총격을 받고 즉사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괴한들이 차량 안에서 넴초프에게 6발 이상의 총격을 가해 이 중 심장을 관통한 1발을 비롯해 4발이 넴초프 등에 맞았다”고 밝혔다. 넴초프 여자친구는 한 발의 총알도 맞지 않았다. 현지 방송사는 다리 계단에 숨어 있던 한 괴한이 넴초프에게 총을 쏜 뒤 흰색 라다 프리오라 차량에 올라타 도주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방영하기도 했다.

넴초프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집권 시절인 1990년대 에너지장관, 제1부총리 등을 지내며 한때 옐친 후계자로도 꼽혔던 인물이다.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쥔 1999년 이후 자유주의 성향의 재야 반정부 지도자로 활동해왔다. 지난 10여년간 줄곧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부패,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푸틴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넴초프의 오랜 친구인 예프게니아 알바츠 뉴욕타임스(NYT)매거진 편집장은 이날 NYT에 그가 사건 수일 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며 동기 및 배후 세력에 관한 모든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마르킨 연방수사위 대변인은 전날 “현장에 남겨진 총탄을 볼 때 9㎜ 구경 소련제 마카로프 권총이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넴초프의 동선을 사전 파악하고 있는 등 계획적 범행이며 장소 선택도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사건 배후와 범행 동기로 ▲정치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반정부 세력 ▲러시아 내 과격 민족주의 세력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사업상 이권 분쟁 ▲개인적 원한 5가지를 제시했다.

크레믈궁은 넴초프를 ‘정치적 제물’로 삼고자 한 반정부 세력의 자작극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청부 살인이자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연방수사위 등 담당 수장들이 사건을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건 직후 넴초프 어머니에게 위로 전문을 보내 “용납할 수 없는 비열한 범죄”라며 살인자들을 끝까지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야권은 사건 배후로 크레믈궁을 지목했다. 야권 지도자 드미트리 구트코프는 “의심할 여지 없는 정치 살인”이라며 “현 정권이 직접 청부하지 않았더라도 최근 수년간 과격 민족주의 세력을 묵인하고 부추긴 푸틴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러시아 정치에서 이번 사건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