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전장치 풀린 분노범죄… 또 방아쇠 당겼다

입력 : 2015-02-27 18:41:20 수정 : 2015-03-03 14:11:1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화성 70대 “돈 달라” 엽총 난사…형 부부·파출소장 살해 후 자살
우리 사회의 분노 제어 장치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 편의점 총기 살인 사건 이틀 만인 27일 발생한 경기 화성의 총기 살인 사건도 ‘분노’가 격발시켰다.

27일 오전 형제간의 불화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경찰관들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총기 난사로 80대 노부부와 관할 파출소장, 용의자 등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화성=남정탁 기자
이날 오전 9시30분쯤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2층 단독주택에서 전모(75)씨가 형(86)과 형수(84), 남양파출소장 이강석 경감을 사냥용 엽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도 엽총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전씨의 조카며느리는 2층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크게 다쳤다. 자살한 전씨는 평소 술을 먹고 형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금전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에는 세종시의 한 편의점에서 강모(50)씨가 전 동거녀 김모(48)씨와의 재산분할 문제로 앙심을 품고, 김씨 오빠와 아버지, 김씨의 현재 동거남을 엽총으로 살해한 뒤 자살했다.

같은날 서울 강남구의 한 고깃집에서는 택시운전사 김모(51)씨가 자신을 비하하고 무시한다는 이유로 동료 택시운전사 이모(39)씨의 옆구리를 칼로 찔렀다.

지난달 경기 안산의 주택가에서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인질극을 벌인 피의자가 아내의 전 남편과 작은딸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분노를 극단적인 방식으로 폭발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분노 제어 장치를 시급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를 억누르지 못한 탓에 발생하는 이른바 ‘분노 범죄’는 전체 폭력 범죄의 40%에 이른다.

지난해 경찰이 전국에서 검거한 폭력범 36만6527명 중 15만2249명은 격앙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분노 조절의 이상 징후는 의료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 4934명(32.6%)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노조절 장애는 유전자 문제, 피부질환 후유증 등과 같은 의학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날로 심화하는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이 야기한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분노는 대개 ‘불평등’하거나 ‘불공평’하다는 인식에서 나온다”며 “최근에 일어난 사건 모두 분노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일어난 범행”이라고 분석했다. 

유 원장은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면 우울증이 되고 타인에게 돌리면 폭행이나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노 수준이 대화로 풀 수 있는 정도일 때 바로 해결에 나서야 하고, 갈등을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해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노 범죄는 자연 증식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세종시 살인사건이나 이번 화성 총기 사건의 경우 우발적 범행이라기보다 어느 정도 계획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 개인적으로 분노를 품고 있다가 주위에서 이런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사건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스스로 제어 기제가 사라져 범행을 저지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가 또 다른 모방 범죄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갈등 당사자 간 합리적으로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관심이 사건 자체나 구체적인 범행수법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범행 당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비참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잠재적 범죄자들의 제어 기제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석·이지수 기자, 화성=이우중·이재호·김승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