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간통죄 위헌 판결’ 오해·진실은

입력 : 2015-02-27 20:50:09 수정 : 2015-02-27 21:18: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조 의무는 그대로… 외도땐 손배 책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괴담’에 가까운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불륜이 급증해 성도덕이 문란해질 것”이란 우려부터 “콘돔 등 피임도구 제조업체와 모텔 같은 숙박업소가 성업을 이룰 것”이란 다소 우스운 전망까지 천차만별이다. 전업주부인 기혼여성들은 “그럼 배우자의 불륜을 그냥 참아야 하느냐”고 진지하게 묻기까지 한다. 27일 법원 관계자와 법학교수 등 법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간통죄 폐지에 대한 오해는 없는지,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등을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Q:간통죄 폐지는 간통의 합법화인가.

A:간통죄가 폐지됐다고 간통 행위가 ‘정당한 것’으로 인식되는 건 아니다. ‘간통이 합법화된다’라는 생각은 형벌로 다스리지 않는 행위는 무조건 합법으로 여기는 우리 국민의 그릇된 법 정서에서 비롯된 오해다. 기존에 형사처벌하던 간통을 이혼 시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봐야 한다.

기혼의 중년 여성과 연하남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 ‘밀회’의 한 장면.
JTBC 제공
Q:간통죄 폐지로 불륜이 급증하는 것 아닌가.

A:간통죄를 유지해 온 나라는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일부 아랍 국가가 거의 전부다. 일본, 독일, 프랑스처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간통죄를 없앤 나라들의 경우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헌재도 결정문에서 “이미 간통죄를 폐지한 여러 나라에서 폐지 이전보다 성도덕이 문란하게 됐다거나 이혼이 증가했다는 통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명시했다.

Q : 앞으로 피임도구 제조업체가 정말 ‘대박’이 나는 건가.

A:헌재 선고 직후 한 콘돔 제조사의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해 다음 날까지 상한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피임도구 업체 등의 이 같은 성업은 단기간의 ‘반짝 호황’에 그칠 전망이다. 간통이 원인이 된 이혼에서 귀책사유가 있는 배우자한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관행이 앞으로 정착하면, 간통으로 ‘콩밥’ 먹는 신세는 면해도 경제적으로는 ‘쪽박’을 차게 될 수 있다. 물론 배우자의 불륜행위 채증을 대신 해주는 심부름센터 등은 상대적으로 성업을 맞을 수 있다. 간통죄 폐지로 불륜의 증거를 찾는 일을 수사기관, 즉 국가가 아닌 개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Q:간통죄가 없어진 상황에서 배우자의 불륜을 응징할 가장 확실한 방안은 뭔가.

A:이혼소송을 통한 위자료 청구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다. 비록 간통죄는 사라졌지만 우리 헌법 제36조는 엄연히 혼인과 가족생활을 유지해야 할 국가의 의무와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의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재산분할 청구, 자녀의 양육·면접 등에 관한 재판실무 관행 등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상대로 제기된 이혼소송에서 가정법원이 거액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이희경·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