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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은 끝없는 자기 완성의 과정이다

입력 : 2015-02-27 20:06:05 수정 : 2015-02-27 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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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예뻐지려는 욕구 넘어
자기 계발 프로젝트 ‘의미 확장’
성형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 제시
태희원 지음/이후/1만5000원
성형/태희원 지음/이후/1만5000원


“보톡스는 마흔살 되면서부터 맞았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과장님, 어려보이세요’라고 하면 어깨가 좀 으쓱해지지 않나. 왜 좀 자신 있고 활기차 보이는 사람하고 일하고 싶잖아.” 성형에 관한 이런 담소는 회사 여기저기서 흔히 듣게 된다. 우리는 성형수술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왜 성형을 하지?’라고 반문한다. 그럼에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성형에 대한 욕망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성형은 우리와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다. 한 동네에만도 성형외과가 여럿이다. 버스나 전철에서 성형외과 광고를 듣는 일도 흔하다. 서울 강남 초입 거대한 빌딩에서는 성형외과를 선전하는 거대한 광고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대한민국은 이미 ‘성형대국’이 됐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 등 아시아 각국 젊은이들은 광화문 ‘야매’에서부터 압구정동 성형외과까지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

태희원 작가가 쓴 ‘성형’은 성형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책에서 “성형은 단순히 예뻐지고, 젊어보이고 싶어서 하는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성형은 자기 완성의 한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성형의 역사적 기원과 의미를 간략히 살펴본다. 2부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실상과 수술실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부에서는 소비자와 의사가 어떻게 건전한 관계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여성의 허영에 부응하는 장사치라는 세간의 편견을 거부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형외과 의사들은 ‘열등 콤플렉스’ 같은 대중 심리학과 성형의학을 결합한 담론을 부지런히 개발한다. 이들은 성형을 통해 외모와 관련한 열등감을 치유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는 확실하고 효율적인 자기계발 기술자들이라고 자임한다. 저자는 이어 성형외과 의사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하면서 ‘성형대국’ 이미지를 쌓아가는지를 고찰한다.

최근 중국 등 외국에서 성형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밀려드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 성형외과 간판이 어지럽게 내걸려 있다.
저자는 거대한 미용·성형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살핀다. “제가 환자라면 이런 병원에서는 (성형을) 안 할 것 같아요.” 저자가 참여하고 관찰한 병원(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의원)의 피부관리 담당자가 한 말이다. 이 피부 관리자가 일하는 병원이 어떻길래 이런 소리가 나왔을까. 저자는 성형외과 실상도 가감 없이 전한다.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수술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때때로 사무직원을 동원한다. 이런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성형외과 수술실 실태는 결국 성형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성형대국 이미지에 먹칠을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지나친 경쟁과 소규모 성형외과 난립 등이 건전한 시장 질서를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결론에서 의사와 환자에게 각각 절제 있는 서비스와 욕구를 촉구한다. 그러면서 “성형을 천박한 소비문화나 외모지상주의의 폐단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어요”라고 강조한다. 성형은 끝없는 자기 완성의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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