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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도 “취업걱정”… 이과선택 크게 늘어

입력 : 2015-02-08 18:53:51 수정 : 2015-02-08 21: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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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취업난·경시 풍조 영향
일부 자사고 13개 반중 10개
일반고교 매년 10%씩 늘어
“학생 30∼40% 적성무시 지원
직업·진로 정할때 큰 혼란 우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과 기피’가 옛말이 되고 있다. 고등학교 교실 현장에까지 미친 취업 공포와 문과 경시 풍조의 영향이 크다.

최근 일반계 고등학교들은 새 학기를 앞두고 2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계열, 자연계열 반을 나눠 반편성을 마쳤다. 8일 서울 송파구 가락고의 경우 지난해 문과(인문계열) 8개반, 이과(자연계열) 4개반을 운영했는데 올해는 문과 7개반, 이과 5개반을 편성했다. 개포고도 지난해 문과 7개반, 이과 4개반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문과 7개반, 이과 5개반을 편성해 이과반만 한 반 늘었다. 개포고 관계자는 “약 10%씩 매년 이과반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남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한 이과반 증가 추세가 일반고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문·이과 학생수는 각각 61.2%(4만4462명), 37.5%(2만7273명)로 2000년대 중반 7대 3, 8대 2까지 치달았던 ‘문과쏠림 이과기피’ 현상은 상당히 완화됐다. 오히려 강남 지역 자사고 중에서는 13개반 중 10개반을 이과반으로 편성한 학교가 나오기도 해 “문과 기피 풍조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는 IMF사태 이후 ‘이과기피 문과선호’가 극심했던 한국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정부와 대학이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등 정책적으로 유도 및 홍보에 주력한 것도 한몫했다. 대입 실적에 특히 신경쓰는 자사고에서 먼저 이과반이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결정적으로는 취업난과 대학의 문·사·철(文·史·哲) 관련 학과 통폐합 등 문과 홀대 풍조, 최근 주요 대기업의 이공계열 채용 증가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가락고의 한 교사는 “문과 취업난 영향이 고교생들에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은 맞지만, 그간 너무 문과로 편중됐던 것이 해소되는 것이라 바람직하게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또 다른 교사는 “고교 교실에는 이과를 가야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많고 황폐화된 일반고에서 이과반은 수학뿐 아니라 국어, 영어도 잘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반이고, 문과반은 국어만 잘하고 수학은 못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과반 증가는 취업을 생각해 이과를 가고 싶어도 갈 학력이 되지 못하는 학생이 아직 많은 현실에서 ‘학력양극화’ 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교사는 “통합적 교육이 시대흐름인데도 취업 유불리를 기준 삼아 문·이과를 선택하고 대학에 간 뒤엔 문과든 이과든 실용학문으로 몰린다는 점에서 문·이과의 공통위기”라고 말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과계통 정원을 늘리는 등 정책적으로 유리한 점을 많이 만들어놨는데 문제는 이공계열 적성이 맞아서 이과에 간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가다”라면서 “30∼40%가 부모가 가라고 하거나 입시에 유리해서 간 아이들인데 수학, 과학을 충분히 따라갈 정도도 아니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상태라면 수포자가 되거나 대학에 가서도 좌절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학도 고교생들이 준비가 안 됐다는 불만을 가지게 될 수 있어 이런 미스매칭을 해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단순히 취업이 잘되고 대학입시에 유리해 지원하는 것을 방치하면 학생들도 나중에 직업이나 진로를 정할 때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이 정말 자기와 맞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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