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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청춘도 '등록금 폭탄'… 결혼·출산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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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30 19:52:14 수정 : 2015-02-23 21: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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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 특파원의 월드와이드뷰]
올해 학자금 빚 1조3000억弗… 신용카드 대출액보다 더 많아
대졸자 70%가 빚 안고 사회로…‘2년제大 무료’ 계획 불발될 듯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대학 교육을 둘러싼 논쟁은 끝이 없다. 최소의 비용으로 대학 교육 기회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는 목표는 어느 나라나 같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1월 21일 교육 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2014년까지 대학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이 공약이 이행되지 않았지만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금 국공립대 등록금을 동결하고, 사립대학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국정 연설을 통해 두 가지 제안을 했다. 하나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금을 무료로 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부자 증세 원칙에 따라 ‘대학 529 플랜’으로 불리는 금융 상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폐지하는 것이다. 이 플랜은 대학 등록금 명목으로 금융기관에 돈을 적립하면 그 액수만큼 세금 공제를 받는 게 핵심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플랜을 이용하는 부유층이 많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없애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혜택이 사라지면 중산층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는 반대 논리에 굴복해 그는 1주일 만에 이 계획을 철회했다.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무료 운영 계획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 예산 편성 권한을 쥔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 정치권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대졸자의 등록금 빚은 무시무시한 시한폭탄이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등록금 빚이 올해 1조3000억달러로 신용카드 빚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대졸자의 70%가량이 등록금 빚을 진 채 대학 문을 나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대졸자 1인당 빚은 평균 3만3000달러(약 3600만원)가량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 빚을 떠안은 20, 30대 젊은층의 25∼40%가 결혼, 출산, 주택 및 자동차 구매 등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세계는 대학 등록금 부담 주체를 놓고 양분돼 있다.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은 대체로 수혜자 부담 원칙을 따른다. 그러나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은 고등교육으로 국가의 인적 자원을 마련하고, 이것이 공공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 부담을 국가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일에서는 헌법재판소가 2005년 대학 등록금을 받는 게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약 3분의 1개 주가 1200달러가량의 대학 등록금을 받았다가 지난 10년 사이에 다시 등록금을 없앴다고 미국 교육 전문지 ‘고등교육 클로니클’ 최신호가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도 대학 등록금을 받았다가 다시 없앴다. 멕시코는 국·공립 대학 등록금을 없앴다가 대학 당국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브라질은 국·공립대 무료, 사립대 등록금 납부 등으로 이원화했다.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2013년 대선 공약으로 대학 무상 교육을 제시했으나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없다고 해서 대학 진학 기회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 조사 결과이다. OECD는 대학 등록금이 조금 비싸더라도 이자율이 낮은 학자금 융자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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