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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디플레 가능성 낮다"…낙관적 전망 우려

입력 : 2015-01-30 20:51:37 수정 : 2015-01-30 23: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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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요 부진·부동산 불안정 등 주요국 사례처럼 심각하지 않아
근거없이 디플레 논란 확산땐 경제심리 과도한 위축” 주장
내수 부진 등 ‘일본과 닮은 꼴’, 전문가 “안이한 현실인식” 반박
디플레이션은 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말한다. 물가변동이 경제활동의 최종 결과라는 점에서 통상 실물경기의 장기침체와 자산·금융시장의 불안상황을 포괄한다. 일단 발생하면 악순환 고리에 걸려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말해준다. 일본의 만성적 디플레는 1991년 부동산 버블 붕괴를 시발로 극심한 내수 부진을 겪으며 시작됐다.

한국경제에도 디플레 그림자가 어른거린 지 오래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이 진작에 일본식 디플레 가능성을 제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년 연속 1%대로 낮게 기는 데다 부동산 거품, 고령화, 인구 감소와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도 지난해 11월 “한국 경제가 1990년대 디플레에 빠지기 직전의 일본과 닮은꼴”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디플레 논쟁에 뛰어들었다. 

물가안정이 첫 번째 존재이유인 한국은행의 시각은 다르다.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며 디플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3%대 성장률과 1∼2%대 물가상승률을 디플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은은 30일엔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디플레 사례를 통해 볼때 우리나라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디플레 주장’을 공식 반박했다.

물가를 책임진 한은이 앞장서 디플레 가능성을 입에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바로 경제심리에 영향을 줘 디플레 그림자를 더 짙게 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도 “디플레 논란이 근거 없이 확산하면 경제 심리를 과도하게 위축시키거나 기대인플레이션을 불안정하게 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물가상승률 흐름을 봐도 디플레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1%대로 낮기는 해도 물가상승률은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그렇게 낮은 상황이 아니다. 예컨대 서민들에게 민감한 주택·수도·전기·연료 물가 상승률은 2011년 4.5%, 2012년 4.6%, 2013년 3.5%, 2014년 2.9%로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4.0%, 2012년 2.2%, 2013년 1.3%, 2014년 1.3%였다.

논란거리는 한은이 일본과는 다르다고 본 논거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디플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 “주요국 디플레 사례에서 나타난 극심한 총수요 부진이 예견되지 않는 상황인 데다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 가능성이 낮고 제조업 공동화 문제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예단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이미 총수요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고 특히 부동산 가격 불안정 가능성이 낮다는 건 부동산 장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현실과 괴리된 것”이라며 “한은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이 디플레 가능성에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논거를 부동산시장 불안정 가능성이 작다는 데서 찾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 교수는 “정부의 무모한 부동산 부양정책을 감안한 것이라면 더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은도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 가계부채 등 구조적 취약 요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하면서 디플레를 겪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일말의 우려는 남겨뒀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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