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D사의 토목설계팀에서 근무하던 중 쿠웨이트 정유시설 공사현장 시공팀장으로 파견근무 발령을 받았다. A씨는 같은 해 10월 쿠웨이트 공사현장에 출장을 다녀온 뒤 자신의 영어실력으로는 해외 파견근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파견을 포기했다.
A씨는 이듬해 서울 본사로 발령받았지만 “영어를 못해 해외파견도 못 나가는데 부하직원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A씨는 본사 사옥 옥상에서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중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A씨가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후 우울증까지 이어져 목숨을 끊었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1·2심은 “A씨가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현준 기자 hj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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