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 당시 여승무원 김모씨가 "교수직 제안을 거절했으며 결코 위증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자신의 말을 "박창진 사무장이 왜곡해 언론에 전달, 신상이 털려 위증을 한 여자가 됐다"며 오열했다.
30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객실승무본부 여모(57) 상무, 국토교통부 김모(54) 조사관 등 3명에 대한 2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참석한 김씨는 눈물을 보이며 이같이 증언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 '땅콩 회항' 사건 증인으로 출두하면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이제원 기자 |
김씨는 지난달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편 일등석에서 박창진 사무장과 함께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견과류 서비스와 관련해 폭언과 폭행을 당한 피해자다. 국토부와 검찰 조사에서 회사 회유를 받아 허위 진술을 하고 그 대가로 교수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씨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땅콩회항'이 일어난 후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깊은 한숨과 함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증언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께 회사 관계자가 모친에게 전화를 걸어 조 전 부사장이 직접 집으로 찾아와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며 "그때 (회사 관계자가)어머니에게 '사과에 협조해준다면 교수직의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저는 사과 받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을 피해 나흘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사실상 제안을 거절했음을 밝혔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박 사무장에게 전화해 이런 사실을 털어놨지만 박 사무장이 사실과 다르게 언론에 폭로했다고 했다.
당시 김씨는 "너무 무섭고 불안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며 "하지만 박 사무장은 TV에 출연해 내가 교수직을 제안받고 위증을 했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내 신상이 인터넷에 유포돼고 위증을 한 여자가 됐다"고 울먹였다.
재판부가 "어머니를 통해 교수직 제안받았는데 응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나와 내 어머니는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라며 거절과 같음을 강조했다.
김씨는 "나는 어떠한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검찰에서 위증한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내 명예라도 회복하고 싶다"며 흐느꼈다.
재판부가 증인 신문이 끝난 뒤 조 전 부사장에게 "김씨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자 조 전 부사장은 김씨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인 채 "본인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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