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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인성 기준’, 大入보다 급하게 쓸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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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9 19:02:22 수정 : 2015-01-29 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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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 무엇인지 정부는 답할 수 있나
전국 학생·학부모 애태우게 하지 말고
타당한 잣대 있다면 공직 정화에나 쓰기를
인성이 대세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이 압축적으로 알려준다. 새 법에 따라 7월부터 정부와 학교에 인성교육 의무가 부과된다. 중앙·지방정부는 구체적 정책을 세우고, 필요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입으로만 떠드는 시절은 지나갔다. 가상하고 대견한 변화다.

백미는 따로 있다. 대학입시와 맞물리는 인성 평가제다. 교육부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학입시에서 인성 평가가 반영되도록 하고, 우선 교육대와 사범대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년부터 입시 반영 대학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600억원 넘는 종자돈도 있다. 대학이 움직일까. 십중팔구 움직인다. 돈도 돈이지만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칼자루가 겁날 테니까. 교육부가 다음날 한 발 물러섰는데도 전국 학부모와 사교육 시장이 술렁거리는 것은 과민반응이 아니다. ‘갈팡질팡’ 정책 아래서도 살 길을 찾아온 잡초의 생명력이 발휘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승현 논설위원
인성교육, 두말할 것 없이 확대·강화해야 한다. 치가 떨리는 사건 행렬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묻지마 살인’, ‘존속살해’, ‘인천 어린이집 핵 펀치 사건’, ‘정신 나간 정신병원’….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고 법정에서 우기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 같은 부류도 널려 있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어릴 적부터 바르게 살도록 가르쳐야 한다. 적어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고 살도록 말이다. 인성교육의 확대·강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필수불가결하다.

그런데 인성 입시의 제도화까지 필수불가결한가. 이건 좀 이상하다. 회의적 질문이 줄줄이 튀어나올 수 있다. 어떻게 채점할 건가. 채점의 객관·공정성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나. 당락 결과에 반발할 전국 학생·학부모를 달랠 수는 있나. 불만 많은 입시 세상을 아예 뒤엎을 작정인가.

개별 대학은 인성을 자율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이미 그런 대학도 많다. 해당 대학을 지원하느냐 여부는 각자 알아서 택할 문제다. 그러나 정부가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대형 화재가 될지도 모른다. 왜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만용을 부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인성이 무엇인지 정부에 묻게 된다. 맹자는 성선설을,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성에 대한 보편타당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정부엔 정답이 있는 건가. 물론 타인 배려, 성실성, 책임감 등의 기본 덕목을 논할 수는 있다. 인성 교육에 녹일 수도 있고, 또 녹여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 추상적 지표다. 막연하고 모호하다. 인성 시험을 위한 계량화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물며 대입용 계량화라니? 정부가 주도해 대입 당락을 가리는 잣대로 삼는다는 발상은 실로 무모하다.

다른 문제도 있다. 미래 세대의 사람 됨됨이를 가리는 기성세대의 눈이 밝은 것으로 믿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진화론을 확립한 찰스 다윈의 청소년기 경험이 좋은 예다. 다윈의 부친은 “너는 개를 데리고 쥐 잡는 일에나 정신이 팔려 있으니, 너 자신과 가족 모두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도 부친 눈에 못 들기는 매한가지였다. 오죽하면 제위(帝位)에 올라 이렇게 물었겠는가. “늘 제게 재주가 없어 생업을 꾸릴 수 없고 둘째 형처럼 노력하지도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룬 성취를 둘째 형과 비교하면 누가 많습니까?”

유방과 다윈 부친만 유난히 눈이 어두웠을까. 현대의 인성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눈이 밝을까. 그래서 앞길이 구만리 같은 대입 수험생을 ‘합격 인성’과 ‘불합격 인성’으로 명명백백하게 나눌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한 건 따로 있다. 상전들이 인성을 강조한다고 대뜸 ‘대입 연계’ 정책을 내놓는 공직사회의 황당한 기질이 대체 어디서 싹텄느냐는 점이다. 모르긴 해도, 공직자들의 부실한 인성과 무관치 않기 십상이다. 인성 교육을 못 받고 자란 탓이 클 것이다. 그러니, 정부에 이렇게 빌 수밖에 없다. 아무쪼록 공직 정화를 위한 인성 판정 기준부터 세심히 만들어 다듬기를. 그 살생부 잣대를 본때 있게 적용해 무자격자를 무더기로 솎아내는 국가적 과업에 솔선수범하기를….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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