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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조건 보고 결혼하느니 혼자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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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9 05:57:00 수정 : 2015-02-10 14: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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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고 싶어서 '솔로'로 남아있는 줄 아세요? 다 피치 못할 사연이…"

#1. 건축 디자이너인 김모(37)씨는 이른바 ‘골드미스’다. 화려한 싱글을 꿈꾸는 건 아니지만 딱히 결혼이 필수라는 생각도 없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간혹 맞선을 보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모님 안심’ 차원일 뿐. 김씨는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게 혼자 사는 것보다 어찌 보면 더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 솔로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2. 올해로 자취생활 7년차인 직장인 배모(33)씨의 하루 일과는 퇴근길 집 근처 편의점에 들르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여기에서 사는 포장도시락이나 컵라면 등 간단한 먹거리와 맥주 한 캔은 외로운 밤을 달래는 필수품이 됐다. 그는 “가끔 야식이 생각나면 새벽에도 간식을 구입할 수 있어 편의점을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3.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23·여)씨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쇼핑할 때 사이즈가 작은 식료품을 즐겨 구입한다. 혼자사는 탓에 용량이 큰 식품을 사면 먹고 난 뒤 남은 것을 따로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다. 이씨는 “구입한 식품을 먹고 난 뒤 냉장고에 며칠 보관하다 그냥 버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4. 공기업에 다니는 싱글여성인 채모(40)씨는 “혼자서 주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찾아가 상품을 직접 쇼핑하기 보다는 주로 G마켓이나 위메프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구입한다”며 “쇼핑하는 시간을 아껴 자기개발이나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며 ‘1인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다양한 소형 가전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건설업계는 1인 거주 특화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식품업계는 다채로운 1인용 소포장·반(半)조리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외식업계는 바(Bar) 형태의 1인용 테이블을 준비해 싱글족이 눈치 보고 않고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 "돈, 돈, 돈, 그 놈의 돈이 뭐길래"…비자발적 1인 가구 ↑

국내 1인 가구의 실태와 현황은 어떠한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2’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 9%에서 2000년 15.5%, 2010년 23.9%로 20년간 2.6배 넘게 증가했다. 2013년 기준 25%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근거로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1인 가구는 오는 2020년 2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2050년에는 무려 37%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렇다면 국내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는 ‘국민신문고’와 포탈사이트 '다음(Daum)' 이용자 9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1인 가구 증가 원인으로 ▲‘가족 가치의 약화’(28.8%) ▲‘개인주의 심화’(23.6%) ▲‘미혼자 증가’(23.0%) ▲‘고용 불안 및 경제여건 악화’(20.3%) 순으로 답했다. 

이를 나이별로 나눠 살펴보면 오묘한 차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40·50대와 60대 이상의 중년층 이상은 ‘가족가치 약화’(31.4%), ‘개인주의 심화’(26.7%)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30대 이하 청년층은 ‘고용불안·경제여건 악화’(44.2%), ‘미혼자의 증가’(30.1%)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중년층 이상은 가치관의 변화를 지적한 반면, 청년층은 경제적인 문제를 짚은 것이다.

이는 세대별로 자신들의 처한 현실을 반영한 답변이라고 볼 때 청년층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를 선택하고, 중년층 이상은 청년층의 이런 선택으로 인해 가족이 파괴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가족변화 양상과 정책 함의’ 발표 내용을 보면, 중년층 이상이 우려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족 가치관 변화 여파가 두드러졌다. 혼인 가치관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비율이 33.6%(1998년)에서 20.3%(2012년)로 줄었고, ‘하는 것이 좋다’는 39.9%에서 42.4%로 늘었다.

자녀 가치관은 ‘자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비율이 73.7%(1997년)에서 46.3%(2012년)로 격감했지만,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는 26.0%에서 53.5%로 증가했다. 부모 부양관은 가족 부양 의식에서 사회 부양 의식으로 전환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부모 부양은 가족의 책임’이라는 답변은 89.9%(1998년)에서 33.2%(2012년)로 급락했지만, ‘사회 책임’은 2.0%에서 52.9%로 크게 치솟았다. ‘(부모)스스로 해결’이라는 응답도 8.1%에서 13.9%로 늘어났다.

◆ 1인가구 빈곤율 51.8%, 4인가구 이상은 8.4%…무려 6배 差

달리 말해 1인 가구 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가족의 해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고용·소득 불안정, 양육 부담 등으로 청년층 사이에 결혼을 꺼리거나 만혼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이런 것들이 1인 가구 급증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적인 어려움은 청년층으로 하여금 부모 세대에 대한 부양 의무를 회피토록 했다. 이는 곧 청년층의 1인 가구화는 물론, 배우자와 사별한 부모 세대의 1인 가구화까지 촉발하고 있다.

문제는 1인 가구가 복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가구에 비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고령화에 따른 노년부양 부담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실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노인은 약 132만가구로, 전체 노인가구의 50.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저생계비 미만 노인 가구 중 1인 가구는 약 86만가구로, 홀몸노인의 빈곤 수준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생계비 미만 노인가구의 월평균 실소득은 42만3000원이다. 이 보고서는 생계비 부족분이 월평균 29만9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했다. 김광석 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실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노인가구의 연간 생계비 부족분이 총 4조7405억원(월평균 3950억원) 수준인 것으로 봤다. 또 한국은행·통계청·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공동 발표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은퇴연령층 가구의 빈곤율은 53.1%로 집계됐다. 빈곤율은 균등화 소득이 중위 소득 50% 미만인 계층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은퇴연령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중위 소득 50%에 못 미치는 상대적 빈곤층이라는 의미다. 눈 여겨 볼만한 점은 은퇴연령층 가구의 빈곤율은 취업자가 없는 경우 75.9%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취업자가 있는 경우 34.9%로 다소 낮았다. 빈곤율은 가구원 수와 취업자 수 증가에 따라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1인 가구의 빈곤율은 51.8%에 달했지만 ▲2인 가구(33.4%) ▲3인 가구(14.9%) ▲4인 이상 가구(8.4%) 순으로 밝혀졌다.

◆ 싱글족 "작을수록, 적을수록 좋아요"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용량·소포장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작고 아담한 식음료가 먹기에 편한 데다, 보관 등 뒤처리가 깔끔하고 ‘테이크아웃(Take out)’도 가능하기 때문.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한식전문 브랜드 '하선정'은 소포장·소용량 김치를 판매한다. 이들 제품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3% 증가했다.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스틱형으로 제작한 조미료도 지난해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0% 신장했다. 롯데푸드는 소용량 제품의 판매량 추이를 조사한 결과, 베이컨류와 프랑크류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42.2%, 25.7% 증가했다. 슬라이스햄류도 4.3% 신장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소포장 간편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롯데마트가 이달 1~18일 간편채소(샐러드채소) 매출 추이를 조사한 결과 ▲케일(54.5%) ▲알로에(48.5%) ▲브로콜리(29.0%) ▲샐러리(14.5%) 등이 선전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 역시 이달 1~20일 소규격 상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아침 출근시간 오피스가에서 판매가 높은 소포장 과일의 경우 한 입짜리 세척사과와 바나나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18.1%, 12.2% 증가했다. CU관계자는 “포장만 벗기면 바로 취식이 가능하고 건강에도 좋아 바쁜 직장인들 사이에서 아침대용식으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업계의 선두주자인는 맥도날드는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아침메뉴 '맥모닝'은 맥도날드 전체 매출 중 1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맥도날드는 맥모닝에 이어 '치킨 치즈 머핀'·'베이컨 토마토 머핀' 등을 출시하며 아침 메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량만 필요로 하는 1인 가구 특성상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며 “1~2인 가구 트렌드에 발맞춰 먹기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한 소포장·소용량 먹거리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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