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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개편 백지화] 고소득자 45만 무서워…'600만 혜택' 외면

입력 : 2015-01-28 19:07:46 수정 : 2015-01-30 20: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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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뭘 담았나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 전환…추가소득 직장인·피부양자 타깃
<29일 발표 예정이던 개편안 보건복지부는 3년에 걸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 논의한 소득 중심의 건보료 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이달 초 출입 기자단에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 앞머리에는 1월29일로 예정된 기획단 전체회의 이후로 보도일시가 정해진 자료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남정탁 기자>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의 사실상 ‘백지화’ 배경에는 고소득 가입자의 반발이 자리한다. 정부의 예고대로 건보료 부과체계가 소득에 따라 개편된다면 고소득자는 건보료가 오르고 저소득자는 적게 내는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됐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고소득자들의 반발 우려에 꼬리 내린 정책

2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단장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은 29일 최종회의를 열고 그동안 논의한 7개의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최종안을 선택할 예정이었다. 전체 논의 방향은 정부의 국정과제에 따라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쪽으로 맞춰졌다. 월급 외에 배당·이자·임대소득 등 고소득을 올리는 직장인의 보험료를 올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내리는 게 개선안의 핵심이다. 그동안 건보료 정책은 직장 외 소득이 있더라도 이에 대한 건보료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소득이 있지만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했던 가입자들도 건보료를 내도록 할 작정이었다.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퇴임 직전 앞으로 자신은 직장가입자인 아내나 자녀의 피부양자로 전환되면서 연 2000만원의 공무원 연금소득과 강남의 아파트(5억4240만원), 경북 예천의 땅(2243만원) 등 많은 재산이 있음에도 건보료를 내지 않게 된다며 현행 피부양자 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런 지적을 감안해 개편안을 정부 주도로 학계 노동계와 함께 2013년부터 개선기획단을 통해 준비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기 전 영화배우 황정민씨(맨 오른쪽)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CJ 그룹 회장, 박 대통령, 윤제균 감독.
청와대 사진기자단
개선기획단이 만든 정책이 시행된다면 2011년 기준으로 보수 외에 연 2000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임대·이자·배당소득 등)이 있는 직장가입자 26만3000여명은 월평균 19만5000원의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사람 가운데 연 2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19만3000여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평균 13만원의 건보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반면 전체 지역가입자의 80%가량(약 600만명)은 건보료를 더 적게 내 인하 혜택을 보게 되는 수혜자가 더 많다. 저소득 취약계층 지역가입자를 위해 마련된 최저보험료 1만6480원만 내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무산됐다.

◆3년 논의 한순간에 날려


정부는 2013년 7월 학계와 연구기관 등 전문가들로 건강보험 개선기획단을 꾸렸다. 2012년 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가 제시한 ‘소득 중심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7월25일 첫 회의부터 지난해 9월11일까지 모두 11차례의 전체회의를 통해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의 소득에 건보료 부과를 확대하고,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기준에서 성·연령·자동차 등을 제외하는 개편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차 회의 직후 곧바로 최종보고서를 내고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복지부는 보고서 발표를 미루며 해를 넘겼다. 이달 초 최종 발표를 확정하고 복지부 출입기자단에 사전 설명까지 했지만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발표 일정을 29일로 재차 연기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보육시설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책을 보고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27일 세종시 복지부 기자실을 급히 찾아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임기 중에 딱 두 가지 더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라며 “복지부 혼자서 할 수도 없고 청와대나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복지부 입장에서 공을 들여 해온 작품을 놓치면 몇 년은 흘러야 할 것 같다. 기회가 있을 때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며 강조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돌연 입장을 번복해 개편안을 사실상 백지화시켰다. 복지부 출입기자단은 29일 기획단 전체회의에 맞춰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7가지 가운데 정부가 최종안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기사를 보도할 예정이었다.

기획단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복지부가 사회적 논란을 원하지 않아 소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개편 추진을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기획단 회의를 다시 할 생각이 없다”며 “지역가입자와 관련한 부분은 이른 시일 안에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의 지지가 필요한 정책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내년 4월 총선을 치르고 나면 정권 말기에 접어들어 이를 추진할 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고소득자의 반발에 밀려 표류하던 건보료 개편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소득이 많은 사람이 많이 내고, 적은 사람은 적게 내는 상식적인 제도의 도입은 요원해졌다. 당분간 소득이 많아도 보험료를 적게 내고, 소득은 적어도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기형적인 제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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