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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공화국'…고달픈 청춘 '대학생'

입력 : 2015-01-28 20:25:03 수정 : 2015-01-28 20: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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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월세 실태 조사
원룸 대학생 72% “주거비 고통”
서울의 한 대학교 인근 벽에 빼곡히 나붙은 하숙집 정보를 한 대학생이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가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5만원을 내고 원룸에 살고 있는 대학생 양모(29)씨는 “월세 5만원을 올려주지 않으려면 다른 방을 알아보라”는 집주인 요구에 집을 알아봤지만, 현재 월세 수준의 셋집을 찾을 수 없었다.

책상을 놓고 사람 하나 간신히 누울 만한 크기의 방 한 칸에 월세 40만∼45만원은 기본이었다. 조금 살 만하겠다 싶으면 월세 50만원에 관리비를 따로 내야 했다. 양씨는 “관리비도 월세나 마찬가지인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님이 월세를 내주는데 더 달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신용한 위원장(왼쪽 세 번째)과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팀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원룸거래 시 필요한 6가지 체크사항에 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수도권 원룸에 살고 있는 대학생 10명 중 7명은 주거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절반 가까이는 부담스러운 비용을 내면서 집수리 등에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기숙사 확충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28일 발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전·월세 세입자 대학생 1006명 중 72.2%가 ‘전·월세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조사대상 대학생 중 월세 세입자들은 평균 1418만원의 보증금과 평균 42만원의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증금은 ‘500만원 이하’가 53.2%로 가장 많았고, ‘501만∼1000만원’(22.8%), ‘2000만원 초과’(12.5%)가 뒤를 이었다.

월세는 43.4%가 41만원 이상을 내고 있었다. 30만원 이하를 내는 대학생은 전체의 26.5%에 불과했다. 월세 비용은 부모가 부담하는 경우가 78.9%로 가장 많았고, 본인이 아르바이트해서 충당하는 경우는 17.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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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은 많은 돈을 내고도 세입자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세입자로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44.6%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본 피해 중에는 ‘수리요청 거절’(26.8%)이 첫손에 꼽혔다. ‘계약 전 정보와 실제환경 다름’(23.3%), ‘이사 시 부당하게 보증금 차감’(12.3%), ‘보증금 반환 지연’(10.4%)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집주인이 이전 세입자가 파손한 부분까지 내가 나갈 때 한꺼번에 손해배상 요구를 했다”, “고장 난 현관 센서 등을 교체해달라고 했으나 집주인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 3개월치 월세를 내고 나왔다”는 등의 피해 사례를 털어놨다.

세입자 권리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은 낮은 수준이었다. 53.4%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고, 근저당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한 경우는 42%였다. 주택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계약한 경우는 16.8%, 계약서를 써놓고 보관하지 않고 있는 경우는 6.8%였다.

청년세대 주거 문제해결을 위한 모임 ‘민달팽이 유니온’의 권지웅 대표는 “대학 기숙사나 공공 기숙사 등이 늘어나 청년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며 “원룸 계약을 할 때 하자보수에 대한 내용 등을 세밀하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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