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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등고자비(登高自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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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8 21:07:05 수정 : 2015-01-28 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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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도 떼려 하지 않으면서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차근차근 밟아 가면 바라는 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법이다. ‘벼락출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보람과 기쁨도 배가 된다.

‘중용’은 “먼 길을 감에는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고, 높은 곳은 낮은 곳에서부터 오른다(行遠自邇 登高自卑)”고 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 속담처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뜻이다. ‘시경’에는 “처자의 어울림이 거문고를 타듯 하고/ 형제는 뜻이 맞아 즐겁고 으늑하구나./ 너의 집안 화목하게 하며, 너의 처자 즐거우리라(妻子好合 如鼓瑟琴 兄弟旣翕 和樂且眈 宣爾室家 樂爾妻帑)”고 소개하고 있다. 공자는 이 시를 읽고서 “부모는 참 안락하시겠다(父母其順矣乎)”고 답하고 있다. 공자가 이같이 말한 것은 가족 간의 화목이 이뤄져 집안의 근본이 바로 되었기 때문이다.

‘맹자’에서도 군자는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아야 한다고 전제, “흐르는 물은 그 성질이 낮은 웅덩이를 먼저 채워 놓지 않고서는 앞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군자도 이와 같이 도에 뜻을 둘 때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지 않고서는 높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君子志於道也 不成章不達)”고 가르치고 있다.

불교설화를 보자. 어떤 사람이 남의 삼층 정자를 보고 샘이 나서 목수를 불러 정자를 짓게 했다. 그런데 일, 이층은 짓지 말고 아름다운 삼층만 지으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좋은 업은 쌓으려 하지 않고 허황된 결과만 바란다는 이야기다. 진리의 높은 경지를 아무리 이해한다 한들 자기가 아래서부터 실천하지 않고선 그 경지의 참맛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경행록(景行錄)’은 준열하게 경책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굽힐 줄 아는 사람은 능히 중요한 자리에 처할 수 있을 것이로되, 이기는 것만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적을 만나게 될 것이다(屈己者能處重 好勝者必遇敵).”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登高自卑 :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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