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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지지율 역전과 험난한 당·청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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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7 21:20:26 수정 : 2015-01-27 21: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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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카드도 약발 안 먹힐 땐 타격
‘왕비서관’ 된 3인방, ‘읍참마속’ 지금 해야
지난주 세계랭킹 12위 골프선수 마틴 카이머의 ‘굴욕사건’이 화제였다. 유러피언투어 새해 첫 대회에서 마지막 날 와르르 무너져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카이머는 4라운드 4번 홀까지 23언더로, 2위에 10타 앞섰다. 우승은 물론 72홀 최소타 기록도 눈앞에 뒀다. 악몽은 6번 홀 보기에서 엿보였다. 9번 홀 더블보기, 13번 홀 트리플보기. 작년 메이저대회(US오픈) 챔피언은 평정심을 잃고 무명선수에게 무릎을 꿇었다. 골프는 한 타 줄이기는 어려워도 몇 타 까먹기는 쉽다. 지지율도 그렇다.

2008년 2월 이명박(MB) 대통령은 기분 좋게 임기를 시작했다. 531만표 차 대선 압승의 여세가 가시지 않았다. MB 인기는 18대 총선 여당 승리를 이끌었다. 얼마 뒤 상황은 급변했다. MB의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 발언과 당·정·청의 무기력은 광우병 파동을 키웠다. MB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했다. 집권 초부터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허범구 정치부장
박근혜 대통령은 전임자에 비해 선방했다. 집권 1년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51.6%)보다 높았다. 그런 우량주도 흔들리자 속절없이 가라앉고 있다. 지난 20∼2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0%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 주 새 5%포인트의 내림세가 심상치 않다. 허약한 지지율은 곳곳에서 발병하는 면역결핍증 같다. 대통령 힘이 떨어지고 국정 위기는 만연해진다. 당·청 관계 변화는 그 신호탄이자 기폭제다.

당·청은 ‘불가근불가원’이다. 너무 가까우면 한쪽으로 쏠린다. 대개 집권 초로, 당이 끌려다닌다. 너무 멀면 따로 논다. 의견이 맞서 다툼이 잦고 국정은 헛돈다. 게다가 대통령 지지율과 당·청 갈등이 상승작용을 한다. 지지율 하락→갈등 심화→지지율 하락의 악순환이다. 박 대통령이 23일 청와대·내각 인사를 서둘러 단행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완구 총리 카드’는 묘수였다. 박 대통령 버팀목으로 요긴하다. 여권 관계자는 “소통·협상이 강한 원내대표 출신이 내각을 통할하면 당과의 기싸움에서 유리하다”며 “이완구·최경환·황우여 삼각 편대는 역대 최강의 조합”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이 후보자가 ‘잠룡 반열’에 올라 비박계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는 역할도 점쳐진다.

다만 ‘이완구 처방’이 지지율 회복에 먹힐지는 미지수다. 기대 이하라면 박 대통령은 당의 도발을 감수해야 한다. 갤럽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대통령보다 또 높았다. ‘역전 현상’은 당의 목소리를 높이는 명분이 된다. 27일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일성은 “당이 국정 중심에 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여당은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 금배지는 표심잡기에 올인 중이다. 표 떨어지는 정책에는 경기를 보인다. 당 지도부가 연말정산 소급적용을 강행한 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반대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석 달 뒤면 4·29 보선이다. 김 대표에겐 첫 시험대다. 3곳 전패는 체제 불안이 된다. 각각 표심과 성과를 앞세우는 당과 청와대가 충돌할 소지가 많다. 레임덕이 우려되는 셈이다.

대비책은 지지율 제고다. 인적쇄신이 맞춤약이나 박 대통령은 외면했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유임시킨 ‘1·23 인사’는 쇄신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대신 조직개편, 소통강화 등 보조제를 택했다. 약효는 회의적이다. 인삼·녹용을 빼서야 보약이라 할 수 없다.

3인방 거취는 박 대통령에게 일관성·스타일에 관한 사안이지만 국민에겐 그렇지 않다. 의혹을 받는 측근은 ‘읍참마속’하라는 게 중론이다. 그런 만큼 3인방 문제는 대통령의 고집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결국 대통령이 이겼으니 민심은 싸늘하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은 29.7%를 기록했다. 30%대 붕괴는 처음이다. 한 친박계 중진은 “20%대 지지율은 정말 위험하다”며 “대통령이 일을 못한다”고 걱정했다.

되레 ‘왕비서관’으로 커진 3인방의 존재는 두고두고 부담이다. 탈이 나면 치명적이다. 폭탄은 지금이라도 제거해야 한다. 박 대통령 말대로 ‘now or never(지금 아니면 영영 끝)’이다.

허범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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