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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것의 만남서 창조 이뤄지죠”

입력 : 2015-01-27 20:17:22 수정 : 2015-01-27 20: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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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34년째 작업 변종곤 작가 개인전
멕시코 골동품가게에서 구한 ‘피에타’ 조각상의 예수에 슈퍼맨 옷을 입혔다. 슈퍼맨이 된 예수다. 시대는 다르지만 예수도, 슈퍼맨도 인류를 구하려고 나타난 사람들이 아닌가. 예수의 몸에 슈퍼맨 옷을 그리고 오래전에 뉴욕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낡은 유리 박스에 넣어 작품을 완성했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슈퍼맨과 예수의 조합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해준다. 정말 예수가 세상을 구원했을까. 만화영화 속에 등장하는 슈퍼맨처럼 인류의 갈망이 만든 인물은 아닐까를 자문하게 만든다.


버려진 물건들을 조합해 작품을 만들어 내는 변종곤(69) 작가를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의 한 전시장에서 만났다. 지난해에는 광주시립과 포항시립미술관에서도 전시를 가졌다.

“34년 전 뉴욕생활을 시작하면서 길거리에 버려지는 물건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나둘 주워 모으다 보니 그것들이 인간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먼 타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도구가 됐습니다.”

이것저것 짜맞추다 보니 재미가 됐고 작품이 됐다. 그의 작품이 하나같이 유쾌하고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이유다. 익살과 독설이 공존하는 현대판 풍자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슴을 드러내 놓은 모나리자를 비롯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끌어안고 있는 모나리자도 있다. 이어폰으로 아이팟의 음악을 듣고 있는 수염이 난 모나리자는 우수꽝스럽기까지 하다. 구식 선풍기 앞에는 치마를 휘날리는 메릴린 먼로 인형을 놓았다. 첼로에는 우주 왕복선을 배경으로 신부와 수녀가 진하게 입맞춤을 하는 장면을 그려 넣었다. ‘신으로부터의 키스’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베네통 광고를 패러디한 것이다. 

100년 이상된 인디언 인물사진들을 모아 한장의 사진처럼 그린 작품 ‘굿모닝 아메리카’ 앞에 서 있는 변종곤 작가. 그는 자신의 작업 모토가 ‘재미있는 걸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종교적 주제, 인간의 실존적 문제, 현대 문명의 문제 등을 오브제작업과 극사실회화로 다루고 있다. 회화작품 ‘굿모닝 아메리카’에서는 아메리카 인디언들 한가운데에 샤넬 넘버5 향수병을 그려 넣어 물질만능의 자본주의적 사고를 꼬집는다.

그의 작품 속엔 부처부터 인체모형까지, 모나리자부터 요셉보이스까지, 북미의 인디언 그림부터 한국의 관상(觀相) 그림까지, 우주복부터 샤넬향수까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것들이 넘나들며 등장한다.

“이질적인 것의 만남과 충돌에서 창조가 이뤄집니다. 동양과 서양, 성과 속, 과거와 현대, 싼 것과 비싼 것,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 남과 여, 오리지널과 카피, 정지와 움직임, 천사와 악마, 진지함과 가벼움 등이 그런 것들이지요.”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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