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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급좌향좌’에 유로존 긴장 고조

입력 : 2015-01-26 20:22:52 수정 : 2015-01-26 23: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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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총선 ‘시리자’ 압승 ‘긴축정책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구제금융을 지원한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과 일대 충돌이 예상된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즉 그렉시트(Grexit)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리자는 개표가 99.8% 진행된 상황에서 득표율 36.34%로 1위를 차지, 전체 300 의석 중 149석을 가져갈 것으로 분석됐다. 집권당인 보수성향 신민당은 27.8% 득표로 7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극우성향 황금새벽당(6.28%)과 중도성향 포타미(6.05%), 공산당(5.4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단독 과반의석(151석) 확보에는 실패한 시리자는 독립당과 ‘반긴축’ 연정을 구성키로 했다. 4.75% 득표로 13석을 확보한 독립당은 우파성향이지만 구제금융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시리자와 노선이 유사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승리 수락연설에서 “그리스는 지난 5년간의 굴욕과 고통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며 “그리스인들은 긴축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것을 명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채권자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트로이카는 “과거의 것이 됐다”면서 구제금융 이행조건 재협상과 부채 탕감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스는 2010년부터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신 공공지출 삭감, 임금·연금 감축 등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그리스 총선 결과는 반긴축 기조의 정당이 처음으로 유로존에서 집권에 성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채권자 요구에 맞추기 위해 희생은 하지만 일자리와 번영은 찾아오지 않는 데 대한 각국 유권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시리자 승리를 ‘극적이고 중대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 경제학자 젠스 바스티안은 그리스와 처지가 비슷한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치프라스 대표는 구제금융 재협상이 EU 규율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그렉시트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ECB와 독일 등은 채무 변제기간 연장을 논의할 수 있지만 부채 탕감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AP통신은 과연 그리스가 위기를 탈출할 능력이 있는지, 또 그리스 재무상태가 다시 한번 글로벌 마켓에 충격파를 일으키고 유로를 약화시키지 않을지 하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타협을 하더라도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내부 파벌의 강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에는 오는 3월 43억유로, 7∼8월 70억유로 규모의 국채 만기가 도래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리스가 상환에 필요한 현금을 갖고 있지 않으며, 상환에 실패하면 결국 유로존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자의 승리로 긴축정책 폐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로화는 이날 한때 2003년 이후 최저치인 유로당 1.1093달러까지 내려갔다. 아테네 증시도 그렉시트 우려가 악재로 불거지며 종합주가지수가 5%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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