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지독하게 재수 없는 사람이 부처를 찾아왔다. 부처의 설법에 잔뜩 심사가 꼬인 사람이었다. 복을 받으려면 선행의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에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따져 물었다. “부처님!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요. 무슨 까닭이오?” “그것은 당신이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오.” 가뜩이나 속이 뒤틀린 이 양반은 부처에게 큰 소리로 대꾸했다. “저는 빈털터리라서 베풀려고 해도 베풀 게 없어요.”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기가 쳐놓은 그물에 부처가 영락없이 걸려들었다고 생각했다.

부처가 누구이던가. 가만히 듣고 있던 부처는 재물이 없더라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방법을 설파한다. “따스한 눈길로 남을 바라보는 안시(眼施)가 첫째고, 환한 얼굴로 상대를 맞는 화안시(和顔施)가 둘째고, 좋은 말로 사람을 대하는 언사시(言辭施)가 셋째요. 몸으로써, 마음으로써 돕는 신시(身施)와 심시(心施)가 다음이오. 남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상좌시(牀座施), 나그네에게 쉴 공간을 내어주는 방사시(房舍施)가 보시의 마지막이오.” 불교경전 ‘잡보장경’이 전하는 부처의 가르침이다.

선행에 어찌 일곱 가지 방법만 있으랴! 근자엔 부처조차 짐작하지 못한 여덟 번째 비책이 등장한 모양이다. 자신의 목소리로 남을 돕는 이색 기부가 들불처럼 번진다. 사회봉사활동이 최첨단 정보기술과 접목해 탄생한 나눔운동이다. 그제 서울시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개최한 ‘착한 목소리 오디션’에는 1만여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최종 선발된 100명은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서울 문화유산 해설 내용을 소리로 녹음해 들려준다. 목소리 기부는 최근 시각장애인이나 소외계층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전하는 형태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목소리는 사람이 연주하는 최고의 악기다. 연주에는 몸속 400개의 근육이 동원된다. 1초에 100번 이상의 성대 진동이 신체 내부와 공명을 일으켜야 그 사람 고유의 음성이 탄생한다.

우리는 그 악기를 어떻게 연주하고 있나. 소리보다 소음이 요란한 세상! 당신의 아름다운 목소리 연주가 그리운 오늘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