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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앞에선 평등” 사우디국왕, 공동묘지 영면

입력 : 2015-01-25 20:04:45 수정 : 2015-01-26 01: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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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장례는 罪” 이슬람교리따라
일반인처럼 봉분·관 없이 묻혀
세계 최고 산유국 통치자로, 자산 규모가 170억달러(약 18조4000억원)에 달했던 고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마지막 안식처는 소박한 공동묘지였다. ‘왕이라 할지라도 신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종교 교리에 따라 압둘라 국왕은 일반인들과 다름없이 봉분도, 관도없이 땅에 묻혔다.

◆간소하게 치러진 장례식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사우디 왕실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수도 리야드의 이맘 투르키 빈 압둘라 대사원(모스크)에서 이슬람 전통에 따라 애도 예배 형식으로 간소하게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에는 무슬림만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시신은 알오드공동묘지에 누가 묻혀 있는지 알 수 없는 두 무덤 사이에 안장됐다. 국왕의 시신은 수의만 입힌 채 그대로 땅에 묻혔다. 얕게 깔린 회색 자갈만이 이곳이 무덤임을 나타냈다.

압둘라 국왕의 마지막이 세간의 생각과 달리 수수한 것은 사우디 지배 이념인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 전통 때문이다. 와하비즘 교리는 사치스러운 장례 행사를 우상 숭배에 가까운 죄악으로 간주한다. 국왕의 서거에도 사우디는 공식적인 애도기간도 없고, 공공기관에 조기도 내걸리지 않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이슬람 전문가 토니 스트리트 박사는 뉴스위크에 “와하비즘 교도들은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기는 것에 적대적”이라면서 “그들은 신의 절대적인 유일성만을 믿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서 조문단 보내

국가 차원에서 공식 애도기간은 없지만 사우디 왕실은 사흘간 외국 사절과 일반인의 공식 조문을 받기로 했다. 종교·정치·지역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은 압둘라 국왕의 타계에 애도를 표하고 외교 사절단을 파견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0) 신임 사우디 국왕과 우호 관계를 다졌다.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과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걸프국 및 이슬람국 정상들은 23일 사우디를 방문해 장례식에 참석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4일 리야드에 도착해 살만 국왕과 만났다. 캐머런 총리는 “신념 사이의 이해도를 높이고 평화를 지키려던 압둘라 국왕의 헌신을 기억한다”고 애도의 말을 전했다. 중동 수니파를 이끄는 사우디와 경쟁 관계인 시아파 대국 이란도 이례적으로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을 보내 추모했다.

우리 정부의 조문 사절단도 25일 출국했다. 사절단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단장으로 외교부 이경수 차관보, 김진수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정석환 공군 기획관리참모부장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살만 국왕에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사우드 알파이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에게 조전을 보냈다. 북한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일부는 외국 방문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25일에 인도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로 예정된 타지마할 방문을 취소하고 사우디를 방문하기로 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일부 중동 국가 지도자들도 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를 예정보다 일찍 떠나 리야드에 도착했다.

이진경·김청중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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