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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민세 인상 십자가”… 정부, 총대 거꾸로 메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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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5 22:40:47 수정 : 2015-01-25 22: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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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 형편이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고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어제 암울한 미래를 담은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관련 제도가 유지될 경우 정부 총수입과 총지출은 지난해부터 2060년까지 연평균 각각 3.6%, 4.6% 늘어난다고 한다. 총지출 증가율이 1%포인트 더 높다는 점이 무서운 함정이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필연적으로 망한다. 가계,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라 살림살이도 마찬가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는 6년 뒤인 2021년 적자로 전환한 뒤 줄곧 악화해 2060년 11.4%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른바 ‘재정절벽’이 우리 아들딸 세대를 기다리는 셈이다. 예산정책처는 “이대로 가다가는 2033년 국가파산에 이를 가능성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오래 기다릴 것 없이 기성세대부터 파산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의 근거는 뭔가. 예산정책처는 “장기적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와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입기반 약화로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법률에 묶여 자율조정이 불가능한 의무지출이 연평균 5.2%의 높은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예산정책처는 그 이유를 “복지분야 지출이 크게 늘기 때문”이라고 약술했다. 의무지출 대비 복지분야 지출 비중은 2014년 42.2%에서 2060년에는 54.2%로 높아진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게임의 참담한 결과가 국가를 덮친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신 차려야 한다. 2012년 총선·대선 국면에 나온 사탕발림 공약 경쟁에 눈귀가 멀 수밖에 없었던 5000만 국민에게 각박한 현실과 미래의 재앙 정보를 알려주고, 재앙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여전히 제정신을 못 차리는 감이 짙다.

정종환 행정자치부 장관은 어제 “힘이 들더라도 지난해 실패한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올해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연말정산 파문을 뻔히 보고서도 분노를 키울 발언을 골라서 하고 있다. 그는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의 성격이므로 서민증세라고 할 수 없다”면서 “지자체장들도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원하지만 선출직이어서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내가 십자가를 지겠다”고 했다.

십자가를 질 일이 그렇게도 없는가. 돈이 모자라니 ‘세금 더 걷기’를 밀어붙이는 ‘꼼수 증세’에 앞서 정부와 지자체의 씀씀이를 대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처방 아닌가. ‘밑 빠진 독’ 형상의 복지지출부터 적정화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지출을 조정하지 않고서는 파산을 피하기 힘들다. 포퓰리즘 물결에 국가가 난파하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 총대도 그 방향으로 메야 하고, 십자가도 그 방향으로 져야 한다. 방향감각도 없이 “십자가” 운운하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정 장관만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자들은 어찌 재정절벽을 피할지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새 길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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