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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굴기하는 中 축구와 중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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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5 22:38:24 수정 : 2015-01-25 22: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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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체 中 일취월장, 아시안컵서 호평
유소년 축구 육성, 유럽축구단 사냥도
시진핑 ‘축구공정’ 중화주의 심화 우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에 호평을 준 응답 비율이 95%입니다. ‘축구의 꿈’ 역시 ‘중국의 꿈’입니다.”

지난 23일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의 한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에 2대 0으로 완패한 지 하루가 흐른 시점이었음에도 중국 대표팀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은 아시안컵 사상 최초로 조별 라운드 3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8강전에 오른 데 대한 호평이었다. 2004년 자국 개최 당시 8강 이후 처음으로 8강에 오른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일취월장한 대표팀에 대한 중국 국민의 만족도는 전례 없이 높아졌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중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적을 낸 게 없다. 땅덩어리도 인구도 터무니없이 적은 한국도, 일본도 월드컵에 출전하는데 중국만 못 나가는 것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괴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외부 시선도 곱지 않다. 한국에서는 거칠고 투박한 중국 축구를 ‘소림축구’라 조롱한다. 한국 축구를 이기는 일이 드물다 보니 ‘공한증(恐韓症)’이란 용어도 등장한 지 오래다. 지금 이 말은 한국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심지어 ‘모래알 축구’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개인기만 있을 뿐 조직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서다.

대표팀에 대한 중국인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때는 2013년 6월 중국 대표팀이 졸전 끝에 태국 대표팀에 1대 5로 참패했던 때다. 단순한 평가전이었지만 열성 축구팬들조차 대표팀 해체를 외치며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렸고, 당시 축구광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크게 진노했다고 한다.

그런 중국 대표팀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선은 이번 아시안컵을 계기로 완전히 달라졌다. 월드컵 출전과 주최, 우승을 열망하는 시 주석의 ‘축구공정’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 주석은 축구를 통해서도 중화민족 부흥을 위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달리기만 강조했던 초·중학교 체육에서는 축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됐다. 중국 교육부는 2017년까지 2만개 안팎의 초·중학교를 축구특색학교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30개 정도의 학교축구팀 시범 구현(區縣)도 건립하기로 한 상태다. 발 빠른 산시(陝西)성이 올해 240개 축구특색학교를 선정하려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차이나머니’의 축구단 사냥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다롄완다그룹은 최근 4500만유로(약 565억원)을 투입해 프리메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리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를 제패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지만 늘 적자였다. 중국 기업이 유럽 축구팀에 투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명문 구단이 즐비해 중국 기업의 유럽 축구단 사냥은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완다그룹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중국에 축구 아카데미 3곳을 설립하고 마드리드에 중국 축구 유망주들이 훈련할 시설도 세우기로 했다. 투박한 중국 축구가 섬세한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는 스페인 ‘티키타카’ 전술을 접목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중국 프로축구팀 광저우 헝다가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FC서울을 꺾고 우승한 것처럼 유소년 축구 투자와 선진 축구를 접목 중인 중국 축구는 국가대항전인 아시안컵과 월드컵 진출 가도에서 우리를 괴롭힐 게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중국 축구 발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 축구는 ‘판다 외교’와 마찬가지로 대외적으로는 중국위협론을 불식하기 위한 소프트파워의 일환이다. 안으로는 축구를 중화민족 의식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인류 평화 실현이라는 보편적 가치보다는 민족 부흥의 도구로 삼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작금의 중화주의를 더욱 심화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굴기하는 중국 축구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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