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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에 모듈 납품… ‘타오이’ 개척 첨병

입력 : 2015-01-25 20:20:17 수정 : 2015-01-25 20: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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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트로이트 ‘현대모비스 미시간공장’ 가보니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외곽의 ‘현대모비스 미시간 공장’(MNA-MI). 완성차 공장에나 있을 법한 ‘얼라이너’ 6대가 앞뒤 바퀴의 뼈대인 프런트섀시 모듈과 리어섀시 모듈의 휠 각도를 정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사의 해외 공장이지만 여기서 생산된 모듈은 현대·기아차가 아닌 크라이슬러 차량 것이다. MNA-MI는 북미 등의 178개 협력사에서 350여개 부품을 끌어모아 크라이슬러가 조립하기 편하게 덩어리(모듈)로 만들어 납품한다. 특히, 얼라이너 6대는 크라이슬러가 공장 효율화를 위해 현대모비스 측에 요청한 장비로 완성차 조립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박진우 현대모비스 북미법인장은 “공장 어디에서도 현대차나 기아차의 부품·모듈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오로지 미국차 크라이슬러의 지프 ‘그랜드체로키’, 닷지 ‘두랑고’의 섀시모듈만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모비스의 해외 15개 생산법인 중 하나인 MNA-MI는 인근 톨레도의 ‘오하이오 공장’(MNA-OH)에 이어 북미에서 운영되는 두 번째 ‘타오이’ 전용 공장이다. 타오이는 ‘타(他) OEM(주문자상표부착)’의 약자로, 현대·기아차가 아닌 다른 자동차회사를 뜻한다.

현대모비스 미시간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크라이슬러에 납품할 모듈을 조립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의 타오이 비율은 현재 10% 안팎인데,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박 법인장은 “현대·기아차 상황에 따라 다른 계열사 실적이 흔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난해 9월 북미법인의 연구개발(R&D) 조직을 별도 분리한 것도 북미 지역 타오이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오이 확대에 대한 현대모비스 입장은 확고하다. 특히, 북미법인은 크라이슬러 외에도 GM, 스바루·혼다 등 일본 업체도 고객사로 삼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각각 9.2%, 19% 줄었지만,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은 5%나 늘어난 것도 타오이 확대와 무관치 않다.

타오이 개척의 첨병인 MNA-MI는 원래 미국 부품업체 ‘아빈 메리터’의 텃밭이었는데, 2007년 크라이슬러와 모듈 생산 계약을 하고 설비까지 들여왔다가 자금 압박으로 이듬해 1월 사업을 포기했다. 다급해진 크라이슬러의 설득으로 2009년 6월 현대모비스가 사업을 넘겨받아 이듬해 모듈 양산을 시작했지만, 설비는 이미 노후화한 상태였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2013년 일부 라인 교체에 회사 돈을 투입하더니, 올해 1월 초까지 메인 컨베이어까지 교체했다. 컨베이어 안쪽에 파묻혀 고장나면 전체 라인을 세우고 수리해야 했던 모터를 밖으로 꺼냈고, 고된 작업을 부른 컨베이어 높이도 멕시코·스페인·미국 국적 근로자 400명의 평균 체형에 맞춰 조절했다. 두 차례 라인 교체에 현대모비스는 1500만달러를 썼다. 생산 효율 향상은 물론 내년 6월 끝나는 크라이슬러와의 계약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MNA-MI의 연간 생산능력은 36만여대, 지난해 생산량은 35만여대로 가동률이 95%를 넘는다.

2010년 10만대 생산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37만대를 생산할 예정으로, 5년 만에 물량이 4배가량으로 늘었다. 총 매출은 10억달러 이상인데, 현대모비스 전체 매출(36조원)에서 현대·기아차 납품 비율이 70%에 육박한다는 점,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는 미국 자동차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맨땅에서 일궈낸 성공이다.

디트로이트=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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