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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老益壯)만큼 노인들의 사랑을 받는 말도 없다. 노익장은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다운 패기를 잃지 않고 오히려 굳건하다는 뜻이다. 노인들이 노익장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중국의 후한 광무제 때 일이다. 62세의 마원이 “갑옷 입고 말 탈 수 있으니 어찌 늙었다 하겠습니까”라며 왕의 만류를 무릅쓰고 출정해 반란군을 정벌했다. 광무제가 감격해 “저 노인은 나이가 들수록 강건해지는구나(老當益壯)”라고 했다. 노익장의 유래다.

영양과 의료기술의 발달은 평균수명을 크게 늘렸다. 젊은이 못지않게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노인이 부지기수다. 2011년 10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워터프런트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자가 완주하고 6시간이 지난 뒤 선수 한 명이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인도계 영국인 파우자 싱이었다. 공식기록 8시간25분16초. 포기를 모르는 그의 스포츠정신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가슴에 붙은 번호표 ‘100’은 바로 그의 나이였다. 그가 공개한 장수 비결은 금주와 금연, 차·카레·채식 위주의 식단, 꾸준한 운동이었다.

104세까지 판사로 일한 이도 있다. 미국의 최고령 연방판사 기록을 세운 웨슬리 브라운은 2012년 숨질 때까지 50년간 법복을 벗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 몸이 구부정해지자 판사석에 몸을 숨긴 채 재판을 진행하는 노익장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2009년 숨진 미국의 전설적인 방송 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는 CBS의 ‘이브닝 뉴스’에서 65세에 은퇴했으나 2007년 91세에 다른 방송으로 복귀해 녹슬지 않은 방송감각을 뽐냈다.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99세에 시집을 낸 일본 할머니 시바타 도요라의 시에는 삶에 대한 긍정과 감사가 넘쳐난다. 그런 낙관이 노익장의 자양분이 되었을 터이다. 국내 최고령 MC 송해(88)가 콘서트를 한다. 다음달 19일부터 3월 1일까지 전국을 돌며 ‘송해 빅쇼 3-영원한 유랑 청춘’을 연다. 아름다운 노익장이다. 그는 TV 프로 ‘전국노래자랑’을 30년간 진행했다. 젊은이를 기죽게 할 건강을 자랑한다. 인간관계가 좋아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마이크 앞에서 엎어질 때까지 일을 하겠다는 송해. 100세 시대 장수가 축복이 되게 하려면 그의 삶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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