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할머니 기억이 사라져가요”

입력 : 2015-01-23 19:57:14 수정 : 2015-01-23 19:57: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안타까워하는 손자
상상이나 과장 없이 일상 섬세하게 그려
에드먼드 림 글/탄 지 시 그림/김일기 옮김/다섯수레/1만2000원
할머니 어디 계세요?/에드먼드 림 글/탄 지 시 그림/김일기 옮김/다섯수레/1만2000원


“알츠하이머병이야.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셨어.”

사랑하던 할머니가 변했다. 길을 잃고 실수가 잦아졌다. 마침내 기억조차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림책 ‘할머니 어디 계세요?’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할머니를 아픔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손자의 일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루크의 제일 친한 친구는 바로 할머니다. 아빠, 엄마가 일하러 나간 동안 루크는 무슨 일이든 할머니와 함께하곤 했다.

할머니가 갑작스레 넘어진 날 이후로 모든 게 변했다. 화장실에서 나오다 미끄러져 바닥에 부딪힌 할머니는 이마에 상처가 푹 파였고 왼쪽 발목을 삐었다. 거의 두 달이 지나자 할머니의 상처는 아물었다. 그러나 머릿속은 더욱 큰 문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루크야, 할미 안경 못 봤니?” 할머니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런데 루크가 고개를 돌려 보니 할머니 목에 은색 줄이 달린 안경이 매달려 있다. 하루는 감자 카레를 만드는데, 카레 가루와 감자를 넣지 않고 만들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할머니가 동네에서 길을 잃었다. 루크가 학교를 마치고 교문에 나와보니, 기다리기로 약속한 할머니가 안 계신 것이다. 한참 찾다가, 길을 잃고 빈 공터의 벤치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이 일이 있은 뒤 얼마 안 있어, 루크의 아빠와 엄마는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셨다. 루크는 그 병을 자세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할머니의 변화는 느낄 수 있다. “내 사진첩을 가져간 게 누구야? 루크, 네가 책장에서 빼갔니?” 일요일 저녁, 할머니가 화가 난 목소리로 사진첩을 찾았다.

‘그림책 ‘할머니 어디 계세요?’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를 곁에 둔 손자의 마음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섯수레 제공
루크는 우연히 할머니 흔들의자 옆에 떨어져 있는 사진첩을 발견하곤 할머니에게 건넸다. 그러자 할머니는 화를 참지 못한 듯 부들부들 떨더니 루크의 뺨을 세게 쳤다. 루크는 얼얼한 아픔 때문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더 견디기 힘든 건 할머니가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할머니가 루크를 때린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책은 어떤 상상이나 과장없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할머니를 둔 주인공의 마음을 담담하게 좇는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를 안타까워하는 루크의 어른스러운 마음이 보는 이에게 감동을 전한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