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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차기 비서실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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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2 21:31:13 수정 : 2015-01-22 21: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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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성격은 못바꿔 캐릭터 살리면서 성공의 길 찾아야
비서실장 인선 중요 장악력 조정력 겸비하고 충성심과 경륜 갖춰야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다. 취임 3년차를 시작하자마자 지지율이 35%대로 급락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로 맺고 끊었다. 비서 3인에 대한 공세, 비서실장 교체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항변은 거의 다 맞다. 형식 논리상 토를 달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는 수학이 아니고 심리학에 더 가까우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60, 70대 남자들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연말만 해도 철옹성이었다. 등지는 이유는 간명하다. 박 대통령의 열심히 하는 태도와 자기확신적 캐릭터는 임기 초반에는 환호의 대상이었다. 이젠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게 아닌데!” 하는 지지자들의 욕구 변화에 무심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의 실책이다.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혼선은 설상가상이다. 사람들은 형제부모가 죽은 것보다 내 재산이 손해나는 것에 더 분개한다. 연초부터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대통령 탓이라는 독특한 한국인의 정서는 지지율 관리에 독으로 작용한다.

박 대통령은 위기 극복 사례를 되짚어볼지도 모른다. 지난해 6월 세월호 참사 수습 와중에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인사사고가 나면서 부정평가 비율( 48%)이 긍정률(43%)을 넘어섰다. 박 대통령은 침착하게 위기를 벗어나는 내공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크게 도움이 됐다. 야당은 스스로 무너져 7월30일 재보선에서 여당이 이겼다. 8월 첫 주 긍정평가가 다시 많아지면서 박 대통령은 연말까지 순항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정상회담도 예정된 게 없다. 야당은 2·8 전당대회를 거쳐 전통적인 날카로움을 회복할 것이다. 외부 변수에는 기댈 것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니 내부에서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뭔가. 성격인가, 스타일인가?

박 대통령은 자존심이 세고, 내성적이며, 절제심이 강하면서도 자기확신적이다. 이 캐릭터가 단점도 되지만 장점도 많다. 친인척의 부패를 막기 위해 친동생을 청와대로 들이지 않는 것은 좋은 측면이다. 모범생처럼 밤새 보고서를 읽는다고 탓해서는 안 된다. 한 전직 대통령이 밤새 인터넷 댓글 다는 데 집착한 데 비하면 대단한 장점이다.

백영철 논설위원
결국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 최선이다. 제임스 바버는 저서 ‘대통령의 성격’에서 사명감에만 빠져서는 실패하기 쉽다고 경고한다. 바버의 기준에서 보면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다. 레이건은 영화배우 출신이다. 대통령이 되고도 스스로 배우로서 대통령의 역할을 맡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권력에 도취되지 않았으니 문제가 발생하면 좀 떨어져서 객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이 성공하는 길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레이건의 길을 가면 된다. 자신의 비전과 국가적 현실 사이에 괴리를 메우는 다리가 되면 된다. 당장 눈에 띄는 업적이 없어도 장기적 발전의 기반을 만들고 기초를 튼튼히 하면 성공하는 길이다. 박 대통령이 엊그제 변모된 모습을 보인 것은 긍정적 신호다. 국무회의에서 조기에 청와대 개편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무회의에 앞서선 티타임을 갖고 담소를 나눴다. 소통하고 위임하는 방향으로 정치 스타일을 바꾼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다.

박 대통령의 성격상 청와대 개편을 하게 되면 대충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편의 핵은 단연 비서실장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차기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의 성격상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넉넉한 심성, 충성심과 함께 여야 정치권과 국민에 다리를 놓을 줄 아는 풍부한 경륜을 갖춰야 한다. 나대지 않으면서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고, 실력으로 청와대와 당, 행정부를 거중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성공은 차기 비서실장을 얼마나 잘 뽑느냐에 달려 있다. 박 대통령의 통찰력이 요구되는 중대한 고빗길이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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