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이 최초로 법문을 한 김룡사
‘붉은 노을이 푸른 바다 꿰뚫는다’는 ‘홍하문’ 글귀 눈길…용맹정진 깨달음 뜻해
대승사에서 묘적암으로 가는 산길 중간에 자리한 사불바위. 지금은 거의 닳아 없어진 마애불이 4개 면에 새겨진 바위로, 그 옆에 서면 백두대간의 연봉들이 물결치는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
점촌·함창 나들목에서 나와 대승사로 향해서 가다 보면 김용삼거리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왼편으로 가면 김룡사, 오른편으로 가면 대승사에 닿는다. 김룡사는 대승사가 지어진 이듬해인 588년 운달조사가 창건했으며 처음에는 운봉사라고 불렀다. 훗날 지극한 정성으로 불심을 잃지 않았던 김용이란 사람의 이름을 따서 김룡사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김룡사의 오랜 내력을 보여주는 목조건물. |
몇번의 화재로 중창을 거듭한 김룡사의 전각은 대부분 근래에 다시 지어졌지만, 탱화와 동종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외에도 눈여겨볼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김룡사 대웅전 앞에 서 있는 두꺼비 형상 바위. |
또 다른 사찰이라면 ‘금강문’이라는 현판이 걸릴 만한 전각에 김룡사는 ‘보장문’(寶臟門)이라는 이름이 걸려 있다. 부처님의 무진장한 법보를 찾아가는 문이라는 의미다. 이 두 편액은 모두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인 동농 김가진(1846∼1922)의 글씨다. 동농은 안동 봉정사의 ‘천등산 봉정사’를 비롯해 여러 명찰과 고택에 글씨를 남겼다.
김룡사의 명물인 300년된 해우소. |
김룡사는 4개의 산중 암자를 품고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대성암에 오른다. 짧지만 울창한 전나무 숲길은 운치가 넘친다. 이 자그만한 비구니 암자는 적막감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절집 마당에 서면 반쯤 얼어붙은 석조에서 떨어지는 약숫물 소리만이 들릴 뿐이다.
김룡사에서 멀지 않은 경천호는 문경팔경 중 하나로, 맑고 깨끗한 분위기의 산중 호수다. 하늘과 물이 모두 푸른색으로 빛나는 맑은 날 겨울 호수의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더없이 평화롭게 만들어준다. |
너른 들녘에 홀로 서 있는 내화리 3층석탑. |
우산 두 개를 맞대 놓은 형상을 한 수령 400년의 대하리 소나무. |
문경=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54)=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점촌·함창 나들목으로 나온다. 59번 국도를 타고 가다 923번 국도로 갈아타면 대승사에 닿는다. 대승사 주변에는 마땅한 숙소나 식당이 없다. 대승사에서 11㎞쯤 떨어진 곳에 ‘아천교 송어횟집’(553-8584)이 있는데, 송어회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대승사에서 20여㎞ 떨어진 점촌역까지 나와야 한다. 점촌역 앞에는 ‘모텔 올레’(553-4925) 등 모텔급 숙소가 여럿이다. 새재도립공원, 진남교반, 석탄박물관, 레일바이크, 지프라인 등 문경의 명소를 두루 둘러볼 생각이면 문경온천관광지(572-3334, 571-2002)에 숙소를 정하는 게 좋다. 대승사는 문경온천관광지에서 동쪽으로 35㎞쯤 떨어져 있다. 문경의 별미로는 약돌돼지구이를 꼽는다. 약돌(거정석)을 사료에 섞어 먹인 돼지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연탄불에 구웠다. 새재도립공원 앞 ‘새재초곡관’(571-2320), ‘새재할매집’(571-5600)이 널리 알려져 있다. 중앙동의 ‘솔밭식당’(555-4676)은 해장에 그만인 골뱅이국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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