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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2015 정치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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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19 21:51:38 수정 : 2015-01-19 21: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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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개구리’ 정치 호갱 노릇만 할 건가
정치 질 따지는 합리적 소비해야
매년 수백억원씩 국고보조금 명목으로 국민세금을 지원받는다.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33년간 받은 돈이 1조900억원에 이른다. 이 돈은 정책을 개발하고 사무실 운영하고 인건비로 쓰라고 나라 곳간에서 퍼주는 돈이다. 이 나랏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검사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성역이 돼버렸다. 어쩌다 불법 선거비용이나 술값 밥값 등으로 쓴 사실이 확인된 적은 있다. 지난 10년간 집계된 국고보조금 불법 사용 적발 건수가 51건에 13억4542만원이다.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다. 일반 시민단체나 공기업 같았으면 간판을 내렸어도 진작 내리고도 남았을 복마전이다. 날이면 날마다 국민 혈세로 흥청망청한다고 불화살을 맞는 정부기관 얘기가 아니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정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본업인 정치를 시작한 지 올해로 67년째를 맞았다. 창업 역사로 따지면 경제계를 대표하는 삼성가나 현대가보다는 약간 짧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 여야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삼성·현대는 세계를 주름잡는 일류 기업으로 괄목 성장했다. 여당과 야당은 일류는커녕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사류·오류로 뒤처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서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는 핀잔을 들었던 게 꼭 20년 전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정치는 나아진 게 없다. 한때는 국민들의 칭송을 받으며 눈부신 성장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우물안 개구리’ 정도가 아니라 ‘데워지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라는 소리를 듣는 신세다.

정치가 일패도지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은 독점 구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이 아무리 죽을 쒀도 운이 좋으면 1등이고 못해도 2등은 된다. 군소정당은 아무리 용을 써도 기껏해야 존재감 없는 만년 3등이고 대다수는 간판을 내렸다가 다시 걸기를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1, 2등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정치판에 변화와 개혁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고 언론은 호들갑이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열성 ‘사생팬’들이 선거 때마다 열심히 꾹꾹 눌러 찍어주니 찬바람 쌩쌩부는 거리로 나앉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마르고 닳도록 누려온 특권들을 신주단지 모시듯 끌어안고 있기만 하면 된다. 가끔씩 쏟아지는 손가락질이 민망하거들랑 ‘혁신’ 딱지를 이마에 보란 듯이 붙여놓고 ‘특권 내려놓기’ 시늉도 한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세계적으로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인들이 유독 저질 정치에만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다. 외국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안목과 의견을 반영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무턱대고 국산품을 우선하는 ‘애국 소비’를 멈추고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갖춘 수입품에 눈을 돌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국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이제 정치에 대해서도 착한 소비, 합리적인 소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구매충동을 자극하는 화려한 마케팅 정치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정당 간판만 보고 지갑을 여는 ‘묻지마 소비’ 말고 값싸고 질 좋은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에 기꺼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정치가 없지 않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심정으로 무턱대고 1번 아니면 2번을 찍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그들의 슈퍼 갑질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미래를 내다보고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만들 수 없다. 우리는 ‘호갱님’이 아니다.

본지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소속된 조직에서 문제점이나 개선 사항을 말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88%나 됐다. 말을 해봐야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다수였다. 그런 침묵이 정치를 형편없게 만들었다. 정치권만 탓할 계제가 아니다. 시민성의 회복이 절실하다. 내 의견을 당당히 밝히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참여해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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