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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생협에 시설사용료… “결국 학생만 피해”

입력 : 2015-01-18 19:16:00 수정 : 2015-01-18 2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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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증진 목적 식당·매점 등 운영, 이익금 장학금·시설개선에 쓰여
운영난 심화에 가격인상 불가피
일각 “세수확보 급급 무리한 부과”
“생활협동조합(생협) 식당이 식사를 염가로 제공하다 보니 매년 적자가 7000만원대예요. 정부가 세운 기준에 맞추려면 식대를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학생들의 부담이 커져 걱정입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생협 관계자는 정부의 국공립대 시설 사용료 부과 방침에 생협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대학 생협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생협은 비영리법인으로서 대학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식당과 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발적 조직이다. 정부는 1999년에 각 대학에 생협 설립을 권장했고 2010년에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개정해 대학 생협의 시설 무상 사용을 인정해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방침을 바꿔 지난해부터 국공립대 생협에 시설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어 생협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생협이 사라지거나 생존을 위해 가격을 올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인 학생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33개 대학에 생협이 설치돼 있고, 이 중 국공립대에는 19곳이 있다. 생협은 ‘국가 및 공공단체는 소비자의 후생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국유재산을 직접 사용하는 조합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유재산의 사용료를 면제할 수 있다’(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제9조 3항)는 규정에 의해 그동안 시설 사용료를 면제받아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법이 바뀌지 않았는데 해석을 달리해 지난해 1월부터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생협 매장부터 순차적으로 공시지가 등 재산가액의 1%를 시설 사용료로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경상대는 4433만원, 부경대는 1400만원, 금오공대는 1170여만원을 납부했다. 학교와 계약기간이 올해 또는 내년에 끝나는 다른 대학들 중에는 최대 1억원 넘는 돈을 사용료로 내야 하는 곳도 있다.

일각에서는 생협이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운영 자체가 어려운데 정부의 시설 사용료 부과 방침이 더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권종탁 사무국장은 “생협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이익이 적은 편이고 이익이 생겨도 장학금 지급이나 시설개선공사비에 쓰고 있다”며 “기재부의 방침 때문에 대부분의 생협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세종대 생협의 경우 학교 측에서 요구한 연간 1억2400여만원의 임대료를 내지 못해 지난해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기재부의 방침이 세수 확보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협동조합 전문가인 충북대 박종섭(농경제사회학) 교수는 “무상임대 해준다면서 적극 권장할 때는 언제고 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사용료를 받는 것은 세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대학 내 복지의 한 축을 이루는 생협이 이대로 가면 모두 문을 닫아 대학 상업화가 촉진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세수 확보가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뒤늦게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생협이 비영리법인이지만 매점사업 등 영리활동도 하고 있어 생협에 시설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며 “국유재산을 사용하는 것이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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