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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3년째 들어선 공공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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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18 21:40:01 수정 : 2015-01-18 2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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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근절’ 아직도 진전없어
공공기관 혁신안에 반드시 넣어야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공공혁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역설해 집권 이후 공공분야의 일대 혁신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낙하산인사를 없애고 그칠 줄 모르는 공공기관의 낭비와 적자를 감축하며,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에서 각종 명목의 수당으로 자신들의 복리만 챙기는 집단이기주의를 근절할 것을 공약했었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났다.

그러나 지난 12일의 연두기자회견에서도 박 대통령은 공공개혁의 핵심인 낙하산인사 근절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 없이 ‘핵심역량위주의 구조조정과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이라는 매우 익숙한 이른바 ‘2단계’의 개혁안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그동안 기관별로 자체적인 공공혁신안을 근거로 담당부처가 혁신안을 확정해 놓고 지난 2년간의 달성률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부실투성이의 해외투자가 노출되는 등 성과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모든 부조리·부정·부패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낙하산인사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다시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박근혜정부는 지난 2년간 공기업 및 공공기관 149곳에 246명의 책임자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인사의 내정에서 임명까지 평균 10∼11개월의 긴 기간이 소요됨으로 인해 이들 기관은 책임자가 공석인 상태로 운영되는 등 막대한 관리상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의 대부분이 정부의 정책과 기능을 대행하는 기관으로 공직자들의 업무역량과 성과는 곧 정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임을 인정한다면 그들의 책임성과 업무성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들어선 역대 정권 들은 이런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의 조직과 관리에 대해 좀 더 촘촘한 분석과 근원적 해결책을 제시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정권 창출에 공헌한 정치인, 당료, 그리고 정치적 성향이 짙은 퇴직관료나 언론인 등 다양한 구직자들을 위한 취업처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 대선 때 낙하산인사 근절을 공약한 박근혜 후보자는 양식 있는 많은 국민과 언론의 지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오늘 낙하산인사 근절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정치체제 하에서는 과연 낙하산인사 근절이 불가능한 과제인가. 그동안 낙하산인사를 정당화하는 논리는 ‘낙하산인사 없이 누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논리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이제는 사람 동원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이나 공약으로 선거 승패가 난다. 사실 낙하산인사로는 정권이 재창출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20년간 체험해 왔다.

이제는 낙하산인사로 정권을 유지하거나 재창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며, 환상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무장된 유권자를 사로잡으려면 그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정책을 개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국가재정이 거덜나고 있는 오늘날에도 자기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집단이기주의적 행태가 어떻게 유독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만연하게 됐는지를 파헤쳐보면 그 답은 쉽게 알게 된다. 수장으로서의 경험이나 자질이 부족해서 그 기관의 장으로서의 임명의 정당성이 취약한 이들이 그 취임을 물리적으로 저해하면서 취임을 불가능하게 한 노조를 승복시킨 상투적 수법은 무리한 임금 인상이나 다른 요구를 ‘통’ 크게 수용함으로써 ‘노사합의’를 도출했다는 해괴한 설명이다. 이런 무리수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든 젊은이가 부러워하는 이른바 ‘신이 만든 직장’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이와 같이 낙하산인사가 우리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부실과 부패를 조장시킨 원조임을 인정한다면 오늘 공공기관 혁신안에 왜 낙하산인사의 철퇴가 포함돼 있지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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