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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쇼·연극 결합 佛 뮤지컬 개성 보여 너무 많은 이야기 ‘흠’

입력 : 2015-01-15 21:15:14 수정 : 2015-01-16 01: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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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프랑스산 뮤지컬은 독특한 개성을 가졌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영미권에 기반을 둔 고전적 뮤지컬들이 연극에 춤과 노래를 가미한 것이라면, 프랑스 뮤지컬은 화려한 쇼와 연극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음악에 가까운 넘버들과 대규모 댄서, 애크로배틱 무용수 등 특유의 구성요소는 이러한 프랑스 뮤지컬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장치들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 등 대작들이 프랑스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진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사진)는 마거릿 미첼의 대작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 미국 남북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다룬 지극히 미국적 소설이 원작으로 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1939년작 할리우드영화로 더 친숙하다. 그러나 막이 오르고 조금만 지나도 ‘프랑스 뮤지컬이구나’ 하는 느낌을 단번에 받을 수 있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앙상블이 아닌 전문 무용수를 통한 고난도의 브레이크댄스, 애크로배틱 등은 그동안 프랑스 뮤지컬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모습들이다. 프랑스 대중가요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 넘버들도 자연스럽게 입에 감돈다. 여기에 석양 속 스칼렛과 레트의 키스장면 등 영화 속 익숙했던 명장면들이 화려한 무대 장치와 어우러지며 이어진다. 쇼와 극의 결합이라는 면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간 관객들이 프랑스산 뮤지컬에서 느껴왔고, 또 기대해왔던 시청각적 요소들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이다.

다만, 한편의 극으로서의 탄탄함이라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작품은 스칼렛의 인생에 격동의 시기였던 미 남북전쟁 시대의 사회상을 녹여낸 원작의 틀을 그대로 따라간다. 대농장 ‘타라’를 배경으로 첫사랑인 애슐리만을 바라보는 철없는 아가씨였던 스칼렛이 남북전쟁을 거치고, 레트 버틀러와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현대적 여성으로 성장해간다는 이야기. 이 중심 줄거리만 담아도 이미 2시간30분 남짓한 뮤지컬을 꽉 채우고도 넘칠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작품은 여기에 당대 노예들의 삶과 이들의 자유의지, 전쟁으로 피폐해져가는 사회상 등 소설에 담겨있던 모든 것을 함께 풀어내려 했다. 심지어 볼거리를 위한 술집 군무, 전투 장면 등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욕심이 아닐 수 없다. 책으로는 1000쪽, 영화로는 3시간50분에 달하는 대작을 뮤지컬 한 편에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정작 이야기의 개연성이라는 부분에서 작품은 종종 길을 잃는다. 원작의 모든 것을 담으려하기보단 이야기의 개연성을 최대한 살리고, 뮤지컬만의 개성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만 담아내는 ‘선택과 집중’의 묘가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음향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대극장 뮤지컬이지만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상 미리 녹음된 반주 음악(MR)을 사용했다. 덕분에 가요풍 음악과 잘 어울리는 강렬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만날 수 있지만 라이브의 생생함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2월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5만∼14만원. (070) 4489-9550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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