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S스토리] 턱뼈탑 홍보·수술실 파티… 상술만 판친다

관련이슈 S 스토리

입력 : 2015-01-10 10:41:47 수정 : 2020-10-06 14:07: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남 성형외과는 지금
'

“고객님, 부모님과 상의는 해봤어요? 언제든 다시 오세요.” 재작년 취업을 앞두고 성형외과를 찾았던 권모(26·여)씨는 올해도 성형외과의 연락을 받았다. 병원은 권씨에게 수시로 문자와 전화, 카톡까지 동원해 수술을 권했다.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라는 안내도 빠트리지 않았다. 작은 눈에 콤플렉스가 있던 그는 지금도 성형외과에서 연락이 오면 마음이 흔들린다.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악마의 유혹’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풍지대, 강남 성형외과

 

9일 오전 찾은 ‘강남 성형외과’는 지난해 ‘턱뼈탑’, ‘환자가 숨지는 의료사고’,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으로 이어진 논란 속에도 손님들로 넘쳐났다. 원장이 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당한 병원부터 의료사고로 행정처분을 받았던 병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겨우 상담실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사고로 행정처분을 받거나 안 좋은 소문이 난 병원들도 간판을 바꿔달고 원장은 새로운 프로필 사진을 찍는 수법으로 영업을 계속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이를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에서는 지난 7일 환자가 원하면 수술실 폐쇄회로(CC)TV를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환자단체는 환영하고 나섰지만 의사단체는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실제 이날 서울 시내 유명 성형외과 10곳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수술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고 답하는 성형외과는 한 곳도 없었다. 한 병원에서 “수술 직전까지 보호자가 동석할 수는 있다”는 게 가장 큰 배려였다.

 

일부 병원들은 상담 때 찍은 환자의 사진을 본인 동의없이 저장해 다른 환자들이 오면 보여주기도 한다. 회사원 김모(30·여)씨는 “병원 컴퓨터에 저장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상담을 하는데 내 얼굴도 저렇게 사용되는 건 아닐까 불안해 사진찍기를 거부했다”고 했다.

 

실제 2013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 컴퓨터가 해킹당해 6만명이 넘는 환자들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의료인 아닌 비전문직의 일탈

 

성형외과 상담실장 모집공고에 빠지지 않는 조건이 있다. 무료 성형 인센티브다. 인터넷에 올라온 복수의 채용공고에서 ‘1년 이상 근무 시 무료 성형시술(100만원 상당)’ 등의 글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상담실장으로 근무했던 A(33·여)씨는 “실장은 환자유치 실적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다 보니 수술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며 “보너스 대신 무료 시술을 받으며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하얀 가운을 차려입고 의사보다 환자를 먼저 만난다. 해부학 지식을 늘어놓으며 환자의 수술 견적을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의료인이 아니라 진료행위를 할 수 없지만 ‘상담’이라는 애매한 말로 법의 테두리에서 비켜나 있다.

 

의사를 돕는 간호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대한간호협회는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으로 논란이 된 성형외과에 간호사는 한 명도 근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속 인물들은 간호조무사와 일반 직원이다. 이들은 간호사 명함을 사용했다. 실제 간호사는 법에 따라 주사 채혈 등 침습적처지를 할 수 있지만 조무사는 이를 할 수 없다. 법적으로 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다. 서울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알지만 인건비 문제로 간호사 대신 조무사를 많이 채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 건물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성형의 메카’인 이곳은 최근 잇따른 구설에도 불구하고 겨울방학을 맞은 대학생 등이 몰려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재문 기자

◆‘의술’과 ‘장사’의 경계

 

성형외과 병의원이 간판을 교묘하게 속여 다는 문제도 많다. 성형외과 전문의의 경우 OO성형외과의원이라고 달지만 비전문의들은 OO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 OO클리닉 진료과목 성형외과, OO성형전문센터 등 마치 성형외과 전문의처럼 간판을 달기도 한다. 전문의 자격증이나 학회 자격증 대신 해외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학회 등의 자격증이나 수련 이수를 마치 전문의인 것처럼 내세우는 경우도 많다. 물론 전문의가 아니라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으로 논란이 된 병원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원장이다.

 

더 큰 문제는 수술 도중에 일어나는 불법 행위들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최근 자체 조사를 벌여 “일부 대형 성형외과들에서 ‘유령의사’(섀도 닥터)의 수술이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가 유명한 의사를 지정해 수술을 예약해도 실제 집도는 다른 의사가 하는 식이다.

 

환자가 유령의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과도한 마취제를 쓰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일부 병원에서는 국소 마취를 해야 하는 쌍꺼풀 수술도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가 있다. 쌍꺼풀 수술은 눈을 감고 뜨는 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만 하기에 환자의 정신이 깨어있어야만 하는 수술이다. 수술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부작용이 늘 수밖에 없다. 일부 병원들은 환자가 섀도 닥터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마취제를 과도하게 쓰곤 한다. 의사 단체가 ‘수술실 CCTV’ 법안을 반대하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대표는 “성형외과가 진료나 시술이 아닌 수술을 해야 수입이 보장되는 구조가 문제”라며 “양악이나 광대뼈, 전신지방제거수술 등 굉장히 위험하고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마구잡이로 권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CTV 설치 의무화는 의사들의 반대가 심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법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조병욱·이지수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