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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한·미 대북 공조· 남북관계 개선 둘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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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06 19:36:42 수정 : 2015-01-06 2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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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무드 속 '한·미 공조 틈 벌리기'… 정치적 목적 노골화
북한의 남북회담 행태는
“공산주의 원리에서 협상은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전쟁이다.” 1950년 딘 에치슨 미국 국무장관은 사회주의·공산국가의 ‘협상’ 개념은 서방권 국가와는 전혀 다르다는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 에치슨의 언급은 북한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분단 70년인 올해 남북한 정상이 새해 벽두부터 대화 의지를 천명해 남북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남북회담의 시기와 방식, 의제 등이 정리되기까지 양측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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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성공, 북한의 ‘흡수통일’ 불안감 불식이 관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동시에 대화의 전제조건 또한 명확히 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상대방 체제 모독 중단, 흡수통일 추구 중단 등이다. 북한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이러한 전제조건은 대화 재개까지의 산고(産苦)를 예고한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는 우리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에치슨이 말한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목적’에 해당한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 군사훈련을 핑계로 회담을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 1989년 3월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과 1990년 1월 제6차 예비회담에서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을 이유로 다음 예비회담 개최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후 두 회담은 각각 1989년 10월과 1990년 7월에 열렸다.

판을 깬 북한을 다시 회담 테이블로 불러들인 것은 북한에 불리하게 전개된 국제정세였다. 폴란드 내 비공산당 연정 수립과 헝가리 정치개혁 등 동유럽권의 탈공산주의 움직임 확산, 베를린 장벽 붕괴, 미·소 냉전 종식선언, 루마니아의 차우세스크 처형 등이 숨가쁘게 전개됐다. 이 시기에 노태우정부는 사회주의권 국가와 속속 수교를 맺는 등 적극적인 북방외교를 전개해 북한의 위기감을 심화시켰다.

북한은 1990년 12월 진행된 고위급회담 본회담에서도 이듬해 3월로 예정된 팀스피리트 훈련을 이유로 1991년 2월로 합의한 4차 본회담을 중단시켰다. 4차 본회담은 약 10개월이 지나서야 열렸다. 그때도 북한이 회담장으로 돌아온 이유는 독일 통일을 목도한 김일성 주석의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김 주석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1994년 6월 북한을 방문한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동부 독일은 서부 독일에 흡수·통합되어 망하였는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흡수통일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도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흡수통일 추구 중단’을 요구했다.

분단 70년인 새해에 남북관계의 일대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을미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한 시민이 철조망에 평화 통일 메시지가 담긴 리본을 달고 있다.
◆북한, 남북관계 개선 때마다 한·미 공조 틈 벌리기

남북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이 마련되는 와중에 불거져 나온 미국의 추가 제재 조치와 관련, 북한의 첫 반응은 격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추가 대북 제재 발동은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B급 코미디 영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이 발생한 데 따른 응징이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민족 화해의 기운에 찬물을 끼얹고 북과 남의 대화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며 “남조선 당국도 미국의 오만무례한 간섭을 반대하고 배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해 남북관계를 연계해 반발하는 방식으로 한·미를 이간질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남북관계 분위기가 좋을 때마다 한·미 간 대북 정책 균열을 부추기는 북한의 시도는 노골적으로 전개됐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다음 날인 6월16일 북한이 평양방송을 통해 “미국은 더 이상 자주적 평화통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미군의 남조선 강점을 끝낼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후 한동안 “남북화해 분위기에 맞춰 미군을 즉시 철수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과거 남북회담 과정을 돌아보고 평가한 ‘남북회담: 7·4에서 6·15까지’에서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위해 장기적으로 대북 포용 정책을 계속하고 싶어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한반도의 공산화 통일을 위해 한·미 공조관계를 차단하려 할 경우에는 대화가 중단된다”며 “남북대화의 진전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남북한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 간에 진행돼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관세 경남대 석좌교수는 극동문제연구소가 펴내는 현안 진단에서 “남북한 간 현안 논의에만 급급해서는 남북관계의 근본적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며 “기존에 남북한이 제시한 모든 사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협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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