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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원자력 값싼 에너지 아니다"… 각국 원전정책 전면 수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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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05 01:33:14 수정 : 2015-01-05 01: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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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신화’ 붕괴 이어 가격 경쟁력도 떨어져
“세계 원자력발전 산업은 뚜렷한 쇠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티븐 레이시 그린테크미디어 편집장이 에너지와 기후 관련 이슈를 다루는 잡지인 ‘에너지 컬렉티브’에 게재한 글에서 최근 원전발전 상황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실제 세계 에너지 생산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18%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 11%까지 하락했다. 세계 각국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정책의 전면적 수정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에는 유럽 최대 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지아 원전 6기 중 1기가 ‘전기적 결함’을 이유로 셧다운(가동 중단)됐고, 하루 뒤 미국 버몬트주의 양키 원전의 가동이 영구 종료됐다. 국내에서도 원전의 보안,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을 겨냥한 해킹 사고와 신고리원전 3호기 인명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안전신화 붕괴에 가격경쟁력까지 저하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등으로 ‘원자력 안전 신화’가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최근 들어 경제적 이유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1972년부터 가동된 버몬트 양키 원전이 대표적 사례다. 이 원전이 2032년까지 가동을 연장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지 불과 2년 만에 폐쇄 조치된 것은 노후화에 따른 안전 우려가 아닌 경제성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원전 운영업체인 엔터지 측은 “발전용 천연가스의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최근 들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양키 원전은 발전 용량이 510㎿로 원전 가운데 비교적 적은 편이다. 소규모 발전소가 대형 원전보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의 타격을 크게 받는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원전 100여기 가운데 양키 원전을 제외한 4기가 수리 및 안전도 향상 비용 문제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2012년 이후 영구 가동 중단됐고, 최소 6기가 같은 이유로 셧다운 위기에 처했다고 미 원전업계는 진단한다. 각종 안전사고 이력이 있고 단층지대에 위치해 뉴욕 주민의 우려가 큰 인디언포인트 원전 등은 안전성 문제로 가동 중단 압박을 받고 있다.

원자력이 값싼 에너지라는 통념이 무너지는 이유는 또 있다. 발전 단가에 향후 원전 가동 중단 시 해체 비용 및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비용 등 ‘미래 비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40년까지 폐로해야 하는 세계의 노후 원자로는 모두 200기가 넘으며 폐로에만 100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핵폐기물 처리비용까지 포함하면 영국에서만 원자로 폐로에 850억파운드(약 148조25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폴 도프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추산했다.

NYT는 “미국의 원자력 산업은 확대는커녕 현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해외 상황도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17기의 원전을 보유 중인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너지 정책 재검토를 거쳐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 등도 원전 건설을 한시적·영구적으로 금지하고 가동 중인 원전은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내용의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 역시 2012년 34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 허가를 내 줄 정도로 소극적인 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 조사 및 향상을 위해 54기 원전 전체를 가동 중단했으며 그동안 단 2기의 원전만 가동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반론도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전 찬성론자들은 원자력이 저탄소 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한다. IEA와 73명의 환경학자들은 지난달 말 “미국 원전 산업의 쇠퇴는 기후변화 대응계획 및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 정부에 원전 정책의 재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제 환경운동 그룹에도 공개 서한을 보내 “우리는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안전한 차세대 원자력 시스템의 발전을 지지한다”며 “단순히 이상적인 관념에 기대지 말고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무엇이 ‘녹색 에너지’인지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싱크탱크인 ‘제3의 길’의 조슈아 프리드 역시 최근 브루킹스연구소에 기고한 글을 통해 “원전의 규모는 줄이되 안전성을 강화하고 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신흥 원자력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며 “일부 기후변화 부정론자들과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급진주의자, 진보적 반핵주의자들에 의해 원전 관련 예산이 축소되면서 기술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원전이 24시간 가동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지난해 1월 미국 전역에 30년 만의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대부분의 가스·오일 플랜트가 연료 공급장치 이상 등을 이유로 셧다운된 것과 달리 원전은 이상 없이 가동됐다는 것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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