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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칼럼] 을미년 새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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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04 21:39:39 수정 : 2015-01-04 21: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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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3저’ 본격화… 불확실성 더 커져
경제 혁신… 해외서 돌파구 찾아야
올해는 새해를 해외에서 보내게 됐는데 밤새도록 잠자리가 불편했다. 지구의 반대편으로 간지라 시차 탓도 있었지만 옆에 두었던 휴대전화를 통해 계속 들어오는 메시지가 한몫했다. 세월호 사건에서 땅콩 회항 사건까지 다사다난했던 갑오년을 회고하며 지인들이 카톡과 문자로 보내오는 덕담에 답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을미년을 맞으며 예년처럼 새해맞이 설렘보다 힘없는 나라의 설움이 더 다가왔기 때문이다.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한 120년 전의 조선은 교역을 요구하며 밀려오는 서양의 세력에 쇄국으로 맞서 이양선 몇 척 물리친 사실에 도취돼 척화비까지 세우며 자만했었다. 반면 문호를 활짝 열어젖힌 일본은 서양세력을 역이용해 자신의 힘을 키워 군사강국으로 부상하며 조선 정복에 나섰고 눈엣가시처럼 보였던 명성황후를 시해했다. 이젠 역사의 뒤안길에서 을미사변이란 네 단어로 정리된 사건이지만 12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잠을 설칠 정도로 강하게 후손들에게 ‘정신 차려’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물론 올해의 한반도를 둘러싼 경제환경은 120년 전의 을미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은 캐나다·중국·뉴질랜드·베트남 등 4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을 타결했다. 현재까지 한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무려 52개국이나 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활용하는 소위 ‘경제영토’라는 개념을 적용한다면 2013년 기준으로 세계의 2%도 안 되는 한국이 세계의 4분의 3에 가까운 73.5%를 ‘경제 영토’로 확보한 것이다. 문을 닫아걸었던 1895년 을미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도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경제환경은 그때처럼 매우 불투명하며 사방에 지뢰밭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저성장, 저물가, 엔저(엔화약세)라는 ‘신 3저(低)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내수가 침체돼 저성장이 고착화됐고, 물가도 지난해 12월까지 25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2%를 밑돌고 있다. 게다가 뻔뻔한 일본은 인근 궁핍화 정책으로 저만 살겠다고 엔저를 심화시키며 한국을 수출전선과 자본재시장에서 곤궁에 몰아넣고 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유럽, 일본, 신흥국 등 대부분 국가들의 경기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나마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미국 역시 자국의 경제상황이 우선인지라 금리인상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작년 5월 미 연준의장의 금리인상계획 언급만으로도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는데 가계부채 수준이 목에 차있는 한국경제로서는 걱정이 태산인 것이 현실이다. 유가하락 역시 일정 부분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나 이에 따른 러시아 및 중동 등 산유국의 경기 급락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밖에도 유로 지역의 디플레이션 조짐이 예사롭지 않고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며,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이 보이는 등 사방에 복병이 숨어 있다.

결국 120년과는 정반대로 개방을 택한 우리 경제는 해외요인에 의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바로 한국의 내수 시장이란 정신을 가지고 그 돌파구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희망이 보이는 것은 감소하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이 2013년부터는 증가세로 반전했으며, 새로운 분야와 판로를 개척해나가며 대기업보다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우리 자본의 해외진출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을미년은 광복 7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역사가 말해주듯 을미사변의 치욕을 걷어내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경제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불확실성 속에 숨겨진 성장기회를 모색하는 역발상으로 우리 경제는 과거 총체적 난국을 많은 개도국이 부러워하는 도약의 기회로 만든 경험이 있다. 우리 민족의 숙원인 통일도 국제정세와 나라 간 역학구도와 직결돼 있다. 새해에는 불확실성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경제시스템을 혁신해 한국경제가 해외로 더 뻗어나가는 축복의 을미년이 돼야 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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