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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하지 않는 분야 도전… 無에서 有 창조해야 살아남아"

입력 : 2015-01-01 06:00:00 수정 : 2015-01-02 13: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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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딛고 성공한 中企 CEO 3인이 말하는 ‘기업가정신’
국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자가 진단한 기업가정신은 낙제점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 69.8점으로 평가했다. D학점에 그친 냉정한 진단으로, 기업가정신의 쇠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좌절과 위기, 역경을 딛고 성공한 중소기업을 이끄는 CEO 3인이 지난달 17일 한자리에 모여 기업가정신의 현주소를 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업가정신 부진을 타개할 해법으로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북돋는 창업문화가 꽃피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실패와 역경, 위기를 딛고 창업의 꿈을 이룬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3인이 지난달 17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내 회의실에서 기업가정신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김상백 스탠다드펌 회장, 김찬호 에스엔에스에너지 대표, 송효민 에이치엠인터내셔널 대표.
이제원 기자
―중소기업에 기업가정신은 어떤 의미인가.


송효민 에이치엠인터내셔널 대표: 기업 운영에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처음 창업할 때는 딱히 기업가정신을 의식하지 않았다. 이후 매출만 바라보고 달려왔기에 그런 문제점을 돌아보지 못했고, 올해 들어 난관에 봉착했다. 부쩍 커버린 인력과 조직 관리에 애를 먹었다. 기업가정신에 일찍 눈떴더라면 거기에 맞게 조직체계를 안정화시키고, 비전을 제시해 시행착오를 줄였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김상백 스탠다드펌 회장: 기업가정신은 실패를 이겨낼 수 있느냐로 집약된다. 기업가라면 누구나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새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지만 상당수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나도 기업가정신으로 실패를 두 번 이겨냈다. 앞으로도 일어설 수 있는 만큼 두려움은 없다.

김찬호 에스엔에스에너지 대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 중에 그들은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는 차이점을 발견하곤 한다. 사업은 안전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이 부분에서 인식차가 가장 크다. 사업에는 훨씬 많은 리스크와 훨씬 낮은 성공 확률이 기다린다. 그래서 성공 확률 1%를 100%로 만드는 작업이다. 기업가에게는 항상 위험과 기회가 같이 온다. 위험 속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하고, 기회에 숨겨진 위험인자를 발견해야 한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직업을 택한 만큼 어떤 위험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상상할 수 없는 부담감을 인내할 각오를 다져야 성공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기업가정신은 국가경제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김 대표: 대기업이 결코 손대지 않는 창의적인 사업, 새로운 모험에 나설 수 있다. 남들이 하는 않는 사업,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만들기는 힘들지만 한 번 터지면 새 시장을 창출해내고,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우선권까지 쥘 수 있다. 우리 회사를 예로 들면 3년 전만 해도 대기업 하청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대기업에 일을 주문한다. 실패가 기회와 고수익을 낳는다고 내다보고 이를 북돋는 창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우리는 이런 문화가 태동하는 시발점에 와 있다.

김 회장: 고용의 90% 이상은 중소기업이 창출한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성공 사례가 나타나야 한다. 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중소기업이 커가야 사회적으로 ‘사업하고 싶다’, ‘기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동력이 일어난다. 상장 대박을 터뜨린 알리바바는 자극적인 롤모델이다.

송 대표: 전세계를 상대로 전면적인 비즈니스를 하려면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중소기업은 발 빠르게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동력을 자랑한다. 더 많은 중소기업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실패는 그만큼 늘겠지만, 성공한 기업은 고용도 늘리고 사회 기여도 키울 것이다. 아울러 실패가 실패로만 끝나면 안 된다. 재도약하기 힘든 부분을 손보고 지원한다면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중소기업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김 대표: 창업정책은 이제 발을 떼는 과정인 만큼 당장은 정부 시책이 실패할 수도 있다. 장기간에 걸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예전처럼 정부마다 마구잡이 정책을 쏟아내 난립해서는 곤란하다. 기업가정신 교육도 필요하다. 기업가가 사회이익을 공유하는 리더라는 점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정책자금과 벤처 캐피털이 현재처럼 안정적인 기업에만 몰리면서 상대적인 불평등과 박탈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 투자자, 정부가 모험적인 사업에 함께 뛰어들어 반드시 성사시키는 시너지 모델이 나타나야 한다.

김 회장: 일주일에 1번씩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때때로 특별강의도 한다. 그때마다 수강생을 대상으로 사업계획을 묻는데, 지금까지 ‘있다’고 답한 이는 한 명 봤다. 실패로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게 두려워서다. 벤처 캐피털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지만 중소기업이 접근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기업이 망해도 회사가 실패한 것이지, 기업가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하는 서구식 투자문화를 본받아 정책적인 변화가 나와야 한다.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나 대출 시 과감하게 대표자 연대보증을 없애는 일도 급선무다. 인수·합병(M&A) 시장도 활성화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중소기업을 키워 매각하는 게 일상화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를 비도덕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상장 후 일정기간 지분을 못 팔도록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니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인수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핵심 콘텐츠나 인력, 기술만 빼가려 든다.

송 대표: 이른바 ‘SKY’ 대학을 나오면 창업할 생각은 접는 게 현실이다. 배웠든, 못 배웠든 또 돈이 있든, 없든 모두 창업을 꿈꿀 수 있는 문화가 절실하다. 창업 지원 제도가 전보다 많아졌지만 단기간 실적내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홍보도 부족하고,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아 비효율적이다.

김 대표: 미국은 사업가를 영웅으로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범죄자로 만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미국은 뛰어난 기업인이 나타나면 ‘영웅이 태어났다’고 칭찬한다. 이에 반해 우리는 한쪽에선 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칭송하고, 다른 쪽에서는 ‘죽일 놈’이라 하는 촌극을 빚고 있다. 기업과 기업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정서가 나아져 대중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스타’ 기업가가 배출돼야 한다.

송효민 에이치엠인터내셔널 대표

직장을 그만두고 2002년 1인 창업에 도전할 때만 해도 3억원짜리 집에서 가난을 벗는 게 꿈이었다. 전자상거래 업체를 세우려고 퇴직금 300만원으로 서버를 구축하고 무일푼으로 시작했다. 1년이 지나 빛을 보나 싶었는데, 9000만원짜리 사기로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3년 후 매출이 늘지 않아 다시 위기를 맞았다. 공들였던 중국 진출도 접고 3년 만에 귀국했지만 끝내 한류를 앞세워 현지 음반시장을 선점했다. 매출도 120억원으로 커졌다. 한류를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거점을 만든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김상백 스탠다드펌 회장

두 번의 창업에 실패한 20대 초반 수억원대 빚에 채무불이행자 ‘딱지’를 달았다. 때로는 개를 먹인다고 식당에서 밥을 얻어 끼니를 해결했다. 삶이 암울할수록 더 큰 미래를 가슴에 품었다.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꿈을 버킷 리스트로 작성했고, 2000권 넘는 책을 읽으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세 번째 창업 7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넘보는 그룹을 일궜고, 제조·서비스업에 걸쳐 계열사는 5개로 불어났다. “실패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하는 그의 버킷 리스트에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40가지가 넘는다.

김찬호 에스엔에스에너지 대표

매월 500만원을 벌려고 창업했다. 가족이 먹고살자면 돈이 절실했다. 스물네 살,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휴학생에게 창업 외 대안은 없었다.  200만원을 들고, 친구 아버지의 공장 한쪽을 빌려 시작했다. 학력을 문제 삼은 금융권 냉대도 그를 꺾지 못했다. 연구소 직원으로 평범한 삶을 꿈꿨던 청년은 매출 60억원을 넘보는 에너지 기업을 이끌게 됐다. 그는 늘 후배에게 “자리 잡으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창업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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